매트릭스는 결국 사랑 이야기인가...18년만에 부활한 ‘매트릭스: 리저렉션’

백승찬 기자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에는 시리즈의 인장과도 같은 녹색의 세로 글자열이 종종 등장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에는 시리즈의 인장과도 같은 녹색의 세로 글자열이 종종 등장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1999~2003년 공개된 세 편의 <매트릭스> 시리즈는 기념비적인 영화로 남아 있다. 총알을 피하는 주인공을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로 잡아낸 장면은 숱하게 패러디됐다. 각성하는 빨간 약과 안주하는 파란 약은 강력한 상징이 됐다.

22일 개봉하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18년 만에 돌아온 네 번째 시리즈다. 워쇼스키 형제 감독은 그사이 성전환을 해 워쇼스키 자매 감독이 됐다. 릴리 워쇼스키가 드라마 <센스8> 촬영 이후 업계를 떠날 뜻을 내비쳤기에, 이번 영화는 라나 워쇼스키 혼자 연출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키아누 리브스가 네오, 캐리 앤 모스가 트리니티 역을 맡았다. 모피어스 역은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로 교체됐다. 제시카 헤닉(벅스), 조너선 그로프(사장), 닐 패트릭 해리스(애널리스트) 등 새 인물도 등장한다.

앞선 영화들에서 인류를 대표해 기계들과 격렬하게 대결했던 네오는 토머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의 게임 개발자로 살고 있다. ‘매트릭스’란 앤더슨이 과거 만들어 크게 흥행한 게임 시리즈의 이름이다. 매트릭스 세계 속의 주요 인물들 역시 게임 캐릭터이며 피규어로 제작돼 팔리기도 한다. 다만 앤더슨은 현실과 가상을 혼돈해 자살을 시도한 경력이 있으며, 이 때문에 꾸준히 심리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는다.

과거 네오의 연인이었던 트리니티는 티파니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으로 남편, 아이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앤더슨은 가끔 카페에서 만나는 티파니를 홀로 연모해 게임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어느 날 앤더슨을 소환한 사장은 모기업인 워너브러더스에서 요구하고 있다면서 네 번째 매트릭스 게임을 개발해달라고 주문한다. 이때부터 앤더슨은 다시 현실과 가상의 혼란스러운 경계에 놓인다.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토머스 앤더슨은 과거 매트릭스라는 게임을 만든 개발자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혼동해 자살을 기도한 적 있는 그는 이후 꾸준히 상담과 약물 처방을 병행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토머스 앤더슨은 과거 매트릭스라는 게임을 만든 개발자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혼동해 자살을 기도한 적 있는 그는 이후 꾸준히 상담과 약물 처방을 병행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옛 시리즈에서 30대였던 키아누 리브스는 어느덧 50대 후반이 됐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옛 시리즈에서 30대였던 키아누 리브스는 어느덧 50대 후반이 됐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전편에서 인류를 구원하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 네오와 트리니티를 되살려낸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네오의 모든 과거 활약이 매트릭스라는 게임 속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네 번째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앞선 세 편의 영화에 대한 메타 비평도 이뤄진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유산과 허명을 영화 속 개발자들이 직접 언급한다.

안락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매몰된 현대의 삶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적당한 부, 가족관계, 일자리에 만족하며 파란 약을 선택하겠지만, 앤더슨은 빨간 약을 선택한 영웅이 돼 다시 한번 힘든 여정에 나선다. 1~3편 당시 30대였던 리브스는 50대 후반에 이르렀다. 리브스의 새 대표작으로 떠오른 <존 윅> 시리즈의 액션이 갈수록 둔탁해졌듯이, <리저렉션>에서 리브스가 보여주는 액션도 인상적이지는 않다. 새로운 모피어스나 벅스 등 젊은 캐릭터가 허전한 공간을 채우려 한다.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앤더슨이 네오로 각성하는 중반 이후엔 대사로 설정을 설명하는 대목이 꽤 길다. 앞선 세 편의 흐름을 숙지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설명을 따라잡아 이해하기가 버거울 수도 있다. 앞선 영화들에 드러난 네오의 활약은 기독교 신학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는데, <리저렉션>의 네오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트리니티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설정, 새로운 액션 설계가 주목받은 영화지만, <리저렉션>은 이 시리즈가 네오와 트리니티의 영원하고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로 수렴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47분.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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