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은 아씨들’의 둘째 남지현, “기자 오인경, 호불호 갈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읽음

이혜인 기자

감독·작가가 고려한 ‘신뢰감’

섭외 1순위로 남지현 떠올려

“부담 내려놓으니 연기 즐거워”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오인경 역을 연기한 배우 남지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오인경 역을 연기한 배우 남지현. 매니지먼트 숲 제공.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모티브가 된 원작 소설에서 네 자매 중 둘째인 조(조세핀 마치)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본인을 투영한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조는 강인하고 진취적이다. 성질이 급해 자주 곤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 성질머리로 뚝심있게 글을 써내려가 결국 자신이 쓴 소설을 대성공시키며 작가로 등단한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둘째인 오인경(남지현)은 원작의 조와 유사한 점이 많다. 숫자에 능하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던 인경은 대학 졸업 후 기자가 됐다. 언니 오인주(김고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인경은 사람을 도구처럼 쓰고 죽이는 정치인 박재상(엄기준)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기사를 써내려간다. 오씨 세 자매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인경이 수집한 정보는 협상 카드가 돼 자매들을 살린다. 극의 중심에 있는 이 인물은 배우 남지현이 연기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지난 5일 그를 서울 강남의 소속사 건물에서 만났다.

“왜 제가 오인경인가요?” 약 1년 전, <작은 아씨들> 대본을 받고 첫 미팅을 하면서 남지현은 김희원 감독과 정서경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오인경은 설명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오인경은 결국 옳은 길로 갈 거야’라는 믿음과 신뢰감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돌아온 답이었다. 선하지만 힘이 있는 눈매에 오랜 연기 경력으로 신뢰감을 주는 남지현은 섭외 1순위로 고려될 만했다.

극 초반부에 인경은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권력 앞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경은 일할 때 감정을 숨기기 위해 가글병에 술을 담아 수시로 마시는 알코올 중독 상태였다. 이 때문에 정직까지 당한다. 박재상의 부동산 비리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로 폭로했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한다.

“제가 이전 작품들에서 맡았던 역할들은 모두 대중의 응원과 관심, 애정 속에서 극을 이끌어나가는 캐릭터였는데, 인경이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서 대중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어떤 평을 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목표로 잡고 거침없이 해나가는 인물인데, 처음엔 내가 이 인물을 사람들에게 잘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도 했어요.”

오인경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자’라는 키워드가 중요했다. 남지현은 “오인경은 기자라는 직업 정신을 바탕으로 움직이기에, 기자다움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 약 3개월 전부터 자문기자를 만나 발성과 발음연습을 했다. 텍스트 어디를 끊어서 호흡을 줘야 할지, 어미 발음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자세하게 배웠다. 자문기자와 직접 만나지 못할 때는 리포트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기까지 했다.

3개월간 자문기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지현은 오인경이라는 인물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남지현은 “정보를 어렵게 취득해서 좋은 보도를 내놓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성취감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 ‘세상에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진짜 있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 인경의 행동과 말이 더욱 과감하게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준비해간 촬영현장이었지만, “쉬운 게 별로 없었다. 좋은 의미에서”라고 말했다. “제가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어떤 상황인지를 스스로는 명확하게 알 수 있었지만, 그 상황이 대본에 표현된 것을 보면 너무나 입체적이고 복잡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땐 감독과 동료배우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극중에서 고모할머니 오혜석(김미숙)과 인경이 긴 대화를 통해 애증의 관계임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남지현은 “대본 리딩을 하는 날에 김미숙 선생님이 읽는 것을 들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느낌과 너무 똑같아서 걱정이 정말 많이 덜어졌다”고 말했다. 또 “감독님께 질문이나 고민을 토로하면 언제든 ‘괜찮아요’라는 말과 함께 망설임없이 방향설정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남지현은 정의로운 기자 오인경 역을 연기했다. tvN 제공.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남지현은 정의로운 기자 오인경 역을 연기했다. tvN 제공.

올해로 남지현은 배우 데뷔 18년차다. 그는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해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선덕여왕> <자이언트> <가족끼리 왜 이래> 등 큰 공백없이 일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쯤 촬영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에 ‘아, 내가 이 직업을 평생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막막함과 책임감이 들던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무 살 때 <가족끼리 왜 이래>를 찍으면서 선배님들이 즐겁게 연기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이후로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겁게 연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작은 아씨들>은 첫 회 시청률 6.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로 출발해 10회에서는 시청률 11.3%까지 기록하며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인기를 더했다. 지난 9일 12화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남지현은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정해놓기보다, 현재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