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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시민들이 민주주의 구한 것, 민주주의 공고함의 상징”
민주주의자는 민주주의를과정과 결과로서 지키지만독재자는 의도로만 앞세워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민주적 절차가 생략돼 버린가짜 민주주의 극명한 사례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연구해온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극우에 기대고, 심지어 선동하는 것을 두고 “지금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건 주류에서 밀려나서 비주류·소수화되는 사람들의 행태”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역사인식이 주류화·대중화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김 교수는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가 기로에 선 건 맞지만, 내란 우두머리인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금했다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 공고함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계 일부에서 우리 사회가 극우 파시즘의 문턱까지 진입한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김 교수는 굳건... -
새책
민낯의 삶 外
민낯의 삶탈식민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대안 노벨 문학상인 뉴아카데미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즈 콩데(1937~2024)의 자전에세이. 첫아이를 출산하고 작가로 성장해나가는 청장년기의 삶과 고향을 떠나 자신의 뿌리를 찾으러 갔던 아프리카에서의 여정을 그렸다. 정혜용 옮김. 문학동네. 1만7000원우리 집에 왜 왔어?<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로 잘 알려진 정해연 작가의 소설집. ‘가족’이라는 주제로 연결된 3편의 수록작이 실렸다. 가족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애정이 잘못된 선택의 개연성으로 작용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허블. 1만5000원영원에 빚을 져서자신만의 확고한 문학세계로 지난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작가로 선정되는 등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예소연 작가의 중편소설. 한 친구의 실종소식으로 시작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 -
책과 삶
떡잎부터 달랐던 빌 게이츠 성공은 ‘운’이었을까?
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 안진환 옮김 열린책들 | 520쪽 | 2만6000원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설명이 불필요한 인물이다. 세계인의 삶을 바꾼 그의 기술·사업적 성취와 이후 자선 활동가로서의 지난날은 마치 신화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이전의 삶은 비교적 베일에 싸여 있었다.<소스 코드: 더 비기닝>은 빌 게이츠의 첫 회고록이다. 유년기부터 운명적으로 컴퓨터와 만난 10대 시절, 스무 살에 하버드 대학을 나와 MS를 창업한 20대 초반 이전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총 3부작으로 예정된 회고록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1955년 시애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게이츠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였다. 무엇이든 흥미를 느끼면 무섭게 몰두했다. 반면 흥미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상호 작용’에는 조금의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 -
책과 삶
신의 ‘자기의식’을 분석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신학 1·2김상봉 지음도서출판 길 | (1·2권 도합) 1932쪽 | 20만원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제12권에 대한 주석서를 내놨다. <형이상학> 12권 원문은 20여쪽에 불과하나 김 교수의 주석은 2000쪽 분량이다. 서양 고전철학 전공자인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주>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그려진 헤라클레이토스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세상을 등지고 웅크린 채 생각에 잠긴 철학자. 실제로 이 철학자는 속세를 떠나 은둔의 삶을 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나 자신을 탐색했다.” 이런 삶의 모습이 극단적인 형태로 투영된 존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이다. 이 신은 세계 밖에서 생각에 몰두한다. 그는 자기 충족적인 존재로서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으며, 순수 정신으로서 생각에 몰두하지만 그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신은 “생각의 생각”이고 이 ... -
새책
시간의 연대기 外
시간의 연대기19세기 말부터 일제강점기가 끝나는 1945년까지 한국에서 근대적인 시간이 어떤 모습으로 형성됐는지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달력, 종, 오포, 사이렌, 시계, 라디오 같은 사물들이 근대적 시간 형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촘촘하게 기술한다. 이창익 지음. 테오리아. 4만원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을 통해 역사로 만들어진다.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학자, 작가, 기자, 혁명가, TV 진행자 등 역사에 대해 쓰고 말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역사를 서술한 방식을 풍부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리처드 코언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4만9000원다이내믹 코리아정치 시사 토론 채널 ‘토론의 즐거움’ 참여자들이 시사 이슈를 소재로 토론한 내용을 대화체로 담았다. 복제견 찬반 논란, 중도정치의 역설, 아이돌 가수 카리나 연애 논란, 윤석열의 심리 상태, 흑백요리사 인기 이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정주식 ... -
금요일의 문장
쓰기란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다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쓰기와 실험 외에는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이 많지 않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한 본인이 아는 것을 쓴 글은 ‘지당하신 말씀’이거나 지루한 글이 된다. 이런 글은 통념의 반복일 뿐이다. 이처럼 쓰기는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다.” <우리 나이 드는 존재>(휴머니스트)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에 수록된 ‘공부 되기’에서 “쓰기가 최고의 공부”라고 말한다. ‘쓰기’는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사고를 돌아보고 그 너머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키보드 워리어의 ‘긴 글’”이나 “블로그의 ‘편안한 글’”은 ‘공부로서의 쓰기’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소위 ‘아무 말 대잔치’는 본질적으로 논리가 없다는 말이다. 논리란 말의 맥락, 상황, 적절성, 연결, 성장, 확대 넘어섬 등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주장만... -
낙서일람 樂書一覽
지배 이데올로기의 비장함을 비웃어라
한편 16호: 유머들깨 외 지음 민음사 | 192쪽 | 1만원민음사의 편집자들이 주축이 되어 펴내는 인문잡지 ‘한편’ 16호의 주제는 ‘유머’다.정치평론가 김민하는 초유의 계엄 사태에서 농담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찾는다. 자신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독재자와 그 독재자를 추종하는 세력은 농담에 적대적이다. 농담은 그런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태극기’ 집회는 과잉된 비장미로 가득한 반면,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강아지발냄새연구회’ ‘민주묘총’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같은 익살스러운 깃발들이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유머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비장한 측면을 일상적 진부함과 맞닥뜨리게 해 웃음거리로 만들고 그 이면을 폭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번역가 엄일녀의 유머 소설 ‘미련한 이모’는 ‘페미·운동권·이혼녀’인 이모를 한심하게 여기는 작중 화자를 통... -
그림책
바닷물을 퍼내 마른 우물에 부으면, 저 섬에 닿을까
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김영탁 지음 | 엄주 그림 안온북스 | 73쪽 | 2만원<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는 긴 시 같은 그림책이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책 속에 파란 파도가 친다. 파도의 끝에는 가만히 앉아 있는 어린 소녀가 있다.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맞은편 섬 너머의 풍경을 상상하고 있다. 소녀는 호기심이 많다. 바다가 이렇게 넓고 깊지만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맞은편 섬으로 달려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 풍경을 보지 않고서는 너의 섬도 의미가 없는 것만 같아. 바다를 건너야 했어.”소녀는 바다를 옮기기로 한다. 매일 바닷물을 퍼 섬에 있는 바짝 마른 우물에 붓는다. 바다와 우물 사이를 몇번이나 오갔을까. 양동이 하나를 끙끙대며 들던 작은 소녀는 쑥쑥 자란다. 어느새 양동이 두 개는 어깨에 메고, 하나는 머리에 얹고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컸다. 소녀가 큰 만큼 바다는 낮아졌다. 어른이 된 소녀는 천천... -
“위로 전하는 예술”…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에 양정욱
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4’ 최종 수상자로 양정욱 작가(사진)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양정욱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한 장면에서 출발한 움직이는 조각과 이야기로 그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전달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후보작가 전시에서 양정욱은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 ‘서로 아껴주는 마음’ 등 작가 일상의 한 장면에서 출발한 작품과 함께 ‘기술은 정성으로부터 비롯한다’는 방법론을 담은 ‘일시적인 약도’ ‘기억하려는 그림’ 등을 공개했다. 크고 작은 조각들을 통해 작가의 인간적 시선을 드러내고, 고단한 일상을 견디며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의 몸짓에 깃든 삶의 의미를 전달했다.심사를 맡은 김해주 싱가포르아트뮤지엄 선임 큐레이터는 “위로를 전하는 예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하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김성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은 “작업에서 느껴지는 정서와 힘을 높... -
책과 삶
‘날개 달린 쥐’라고?···비둘기는 억울하다
나쁜 동물의 탄생베서니 브룩셔 지음|김명남 옮김북트리거|508쪽|2만4000원이야기는 저자의 뒷마당의 사는 청설모 ‘케빈’으로부터 시작됐다. 케빈은 저자가 공들여 키우는 토마토가 채 익기 전 한입씩 맛보았다. 해마다 해마다 모든 열매를. 당연히 저자가 먹을 수 있는 열매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감탄하며 바라볼 복슬복슬하고 통통한 청설모 케빈은 저자에게 유해동물이 되었다. 케빈은 저자의 토마토를 앗아갔지만, 대신 영감을 주었다.저자는 과학자, 역사학자, 야생동물 관리자 등을 만나고 유해동물을 직접 찾아다니며 왜 사람들이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로 여기며, 어떤 동물은 사랑해 마지않는지 탐구한다.어떤 동물은 사랑받다 미움받았고, 어떤 동물은 혐오의 대상이다가 감탄의 대상이 됐다. 아메리카 대륙 초기 정착민들에게 늑대는 소, 양, 사슴 등 고기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었다. 정부가 포상금을 내걸어 사람들이 늑대를 마구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