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럼’(emblem)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국가·단체를 나타내는)상징’이라고 정의합니다. 자동차에서는 자동차 회사의 상징 혹은 자동차 브랜드의 상징을 ‘엠블럼’이라고 합니다. 지난 연재에서도 살펴봤듯이 자동차 회사와 브랜드는 수십 개가 넘습니다. 각자 회사와 브랜드를 대표하는 엠블럼을 갖고 있는데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상징
가장 대표적인 자동차 엠블럼으로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는 현대·기아를 떠올릴 수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벤츠와 BMW, 아우디같은 독일 유명 브랜드입니다. 아주 간단한 도형들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자동차 회사를 만들면서 엠블럼 제작에 고민을 했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도형에 뜻을 담았거나 독특한 아이디어 혹은 브랜드 탄생의 비화를 담기도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두 회사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한때 ‘다임러-벤츠’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바로 다임러와 벤츠가 합쳐진 회사기 때문입니다. 다임러는 1900년 12월22일 고틀립 다임러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회사 이름은 ‘다임러-모토른-게샬프트’(Daimler-Motoren-Gesellschaft)였습니다. ‘벤츠 앤드 씨에’(Benz & Cie)는 1883년 10월 칼 벤츠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두 회사가 합쳐져 1926년 ‘다임러-벤츠AG’가 탄생합니다. 이때부터 상품명에는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스페인어로 ‘우아함’이란 뜻입니다. 또 오스트리아의 다임러 판매 대리인이던 ‘에밀 옐리네크’의 딸 이름이기도 합니다. 벤츠의 엠블럼은 1916년부터 다임러가 사용하던 ‘세 꼭지 별’을 계속 사용하기로 합니다. 다임러가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한 열망을 담은 엠블럼입니다.
BMW 역시 익숙한 엠블럼을 갖고 있습니다. 파란색과 흰색이 들어가고 검정 원에 BMW라고 쓰인 것입니다. 1929년 만들어진 이 로고의 탄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피가 제작한 BMW Z4 다큐에는 BMW공장이 위치한 바이에른주의 표식에서 따온 것이라 설명합니다. 또 일반적으로는 비행기 엔진을 제작하던 회사답게 프로펠러를 상징한다고도 합니다.
아우디는 네 개의 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올림픽 오륜기와 비슷하다며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습니다. 사실 만들어진 개념을 따져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림픽 오륜기는 5대륙을 상징합니다. 아우디 4개의 원은 독일 삭소니 지방의 4개 자동차 브랜드를 상징합니다. 또 연결된 고리들은 각각의 결속력을 상징합니다. 아우디, 반더러, 호르히, 데카베의 4개 브랜드가 모여 1932년 ‘아우토 유니언 AG, 켐니츠’란 회사가 되는데 각각 회사를 상징하는 4개의 원이 바로 아우디의 엠블럼입니다. 이중에 가장 오래된 회사는 1899년 어거스트 호르히가 설립한 ‘호르히’입니다. 그러나 1909년 호르히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우디’입니다. 아우디의 어원은 ‘audiatur’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합니다. 영어로는 ‘Be heard’라는 뜻입니다. 호르히 박사가 회사 이름을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라틴어로 말하는 소리를 듣고 가져온 이름이 바로 아우디입니다. “father-audiatur et altera pars…”
일본차 스바루도 아우디와 비슷한 유래를 갖고 있습니다. 스바루는 여섯 개의 별로 구성된 엠블럼을 사용합니다. 그 중 하나는 크고 나머지 다섯은 조금 작게 그려졌습니다. 이것은 여섯 회사가 합병해서 설립한 스바루의 모기업, 후지중공업 탄생에서 유래했습니다. 큰 별은 후지중공업을 나머지 작은 별들은 합병된 회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또 스바루는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하던 황소자리 별자리의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일컫는 일본어입니다. 일본의 고문학에도 자주 등장하는 별자리기도 합니다.
역시 일본차 인피니티도 상징을 가진 앰블럼입니다. 닛산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무한’이라는 뜻의 영어 ‘Infinity’를 ‘Infiniti’로 바꿔 사용합니다. 앰블럼도 무한의 뜻을 가진 둥근 원을 바탕으로 합니다. 어떤 설명에는 인피니티의 볼록하게 솟아 오른 부분이 ‘후지산’을 상징한다고도 했지만 닛산자동차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후지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회사 이름으로 구성한 엠블럼
자동차 엠블럼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가 바로 알파벳을 기초로 만든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국산차 메이커인 현대, 기아도 이런 형태를 갖고 있고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도요타, 혼다를 비롯해 인도의 타타, 미국의 포드도 이런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가장 알기 쉬운 디자인이라 많은 기업들이 사용합니다.
폭스바겐은 자사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VW’를 상하로 배치했습니다. 엠블럼은 폭스바겐 비틀을 디자인한 폭스바겐 디자이너 ‘프란츠 라임스피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폭스바겐의 트렁크는 엠블럼을 눌러 여는 특징이 있습니다. 엠블럼과 실용성을 조합한 사례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둥근 원 안에 현대의 알파벳 머리글자 ‘H’를 넣었습니다. 자칫 똑같은 ‘H’의 머리글자를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혼다와 혼돈될 수 있지만 약간 기울인 모습에 현대차만의 뜻을 담았습니다. 바깥의 둥근 원은 현대자동차를 상징하고 안쪽의 ‘H’는 좌우 사람이 손을 잡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노-사의 화합, 고객과 기업의 신뢰를 담았다고 합니다.
미국 포드 자동차는 엠블럼에 알파벳 이름을 모두 넣었습니다. 포드사의 첫 디자인책임자가 만든 것으로 1910년대부터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닛산자동차도 둥근 원에 자사의 알파벳을 모두 넣었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평선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가문의 상징을 가져온 엠블럼
많은 자동차 회사의 엠블럼이 위에 설명한 두 가지 경우에 들어갑니다만 독특한 그림이나 문양으로 된 엠블럼들이 있습니다. 포르쉐, 캐딜락 같은 회사들은 방패모양이 뚜렷합니다. 이들 회사는 실제 방패 모양을 가져왔습니다. 포르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지배했던 뷔르텐베르크 왕국의 문장 가운데서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으로 만들었고 캐딜락은 캐딜락 이름의 유래가 된 17세기 말 미국 디트로이트를 개척한 프랑스 장군 앙트완 모스 카디야경의 가문 문장을 본뜬 것입니다.
비슷한 방패모양에도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가문의 문장이라기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엠블럼입니다. 페라리는 1차 대전 이탈리아의 파일럿 프란체스코 바락카가 자신의 전투기에 그리던 모양을 그의 부모가 엔초 페라리의 레이스를 보고 증정한 것입니다. 람보르기니는 설립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인 황소자리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자동차의 대표주자 푸조는 1858년부터 일명 ‘라이언 엠블럼’을 사용했습니다. 푸조 공장이 있는 프랑스 벨포르시의 상징적 동물인 벨포르 사자를 사용합니다. 푸조 자동차의 초창기 이름인 ‘푸조 형제들’(Peugeot Freres) 회사의 최초 엠블럼은 1858년 에밀 푸조가 당시 지역의 금 세공사이자 조각가였던 ‘줄리앙 블레이저’에게 의뢰해 만들어졌습니다. 1850년에는 사자의 발아래 화살이 놓인 엠블럼을 제작했고 이후 푸조의 엠블럼은 조금씩 변화해 왔습니다.
자동차 회사 엠블럼을 살펴보면 회사 설립 시기에 따라 조금씩 패턴이 있습니다. 1800년대 후반 자동차 공업의 초창기에 생겨난 회사들은 가문이나 지역의 문장을 차용했습니다. 그 가운데 기술적 혁신을 이루며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던 의욕적인 회사들은 단순한 문양을 만들어 큰 꿈을 담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자동차 업체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회사를 알리기 위해 알파벳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