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을 제외하면 제법 훈풍이다. 앙칼진 겨울바람에 몸을 움추리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봄이다. 바야흐로 모터사이클의 계절이 돌아온 것.
스즈키 브이스트롬(V-Strom) 650XT ABS를 탔다. 사이드 스탠드가 내려진 모터사이클에 슬쩍 앉아 양다리에 힘을 준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손쉽게 곧추 세워진다. 시트도 편안하다. 운전자 쪽 시트를 슬림하게 만들었다. 편안한 라이딩과 지면에 발을 내딛기 수월한 구조다. 소니 액션캠 HDR-AZ1으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키(Key)를 를 온(ON)으로 돌리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묵직하고 힘찬 엔진 음이다. 조심스럽게 스로틀을 당기자 강력한 토크가 느껴진다. 내쳐 감아 치니 잔뜩 움켜 쥔 바닥을 차고나가는 듯 거침이 없다. 속도계 눈금도 치솟는다.
브이스트롬 650XT ABS는 수냉 4사이클 DOHC 2기통 656㏄ V-트윈 엔진을 탑재했다. 장르는 멀티퍼포스. 도로 및 오프로드 주행이 동시에 가능하다. 차량중량은 215㎏이고 시트 높이는 835㎜이다.
중·저속에서는 V-트윈 엔진 특유의 두터운 토크와 고동감을 가져다주며 단숨에 고속회전을 이끌어낸다. 고속으로 이어지면 폭발적 가속을 가능케 하는 출력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 풀 스로틀로 고속주행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이런 엔진 특성으로 험난한 산악도로에서부터 고속 크루징 그리고 복잡한 도심 라이딩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형제기종인 브이스트롬 1000ABS를 타본적이 있다. 대단히 만족스런 시승이었다. 브이스트롬 650XT ABS도 마찬가지로 실망을 주지 않았다. 역시 피는 못속인다. 출력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새부리 같이 생긴 프런트 카울(덮개)은 공격적이고 도전적이다. 이 디자인은 전설적인 모터크로스(작은 언덕과 돌출부가 있는 폐쇄된 험한 서킷 위에서 경주하는 모터사이클) 월드 챔피언 개스턴 라히어가 1988년 파리-다카르 랠리에 참가했을 때 탔던 스즈키 DR-Z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툭 터진 국도다. 정체에서 해방이다. 모처럼 속도를 내본다. 대형 윈드스크린이 짓궂은 바람의 방해를 적절히 차단한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며 소음도 최소화한다. 피로감도 줄여주고 불안감도 없애주는 일석삼조다.
정지 신호를 앞두고 연습 삼아 일부러 풀 브레이크를 잡아본다. 브레이크 성능이 발군이다. ABS가 장착된 앞뒤 브레이크는 출렁거리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칼 같이 정지선 앞에 멈춘다. 전면은 듀얼이고 후면은 싱글 디스크를 채택 했다.
뒷바퀴가 슬립하며 넘어질 뻔 했던 아찔했던 예전 기억 때문에 사실 불안했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내가 모터사이클 성능 중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바로 브레이크의 능력이다. 안전과 가장 직결된 기능이기 때문이다.
코너링도 수준급이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순발력이 있다. 바이크를 한계치까지 눕혀도 자를 재듯 정확하게 돌아간다. 서스펜션은 다섯 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동승자가 승차하거나 짐을 실을 때 활용하면 된다.
와이어 스포크(철사로 만든 바퀴살) 알루미늄 휠은 부드러운 승차감과 함께 저속 주행 시 효과적인 충격흡수를 가능하게 한다. 온·오프 주행에 적합하며 튜브리스(공기주머니를 사용하지 않고 타이어 스스로 공기압력을 유지하게 만든 타이어) 브리지스톤 트레일윙 타이어가 장착되어 트래블(여행)에 최적화 되었다.
경량화된 20리터 대용량 연료탱크와 39㎞/ℓ의 높은 연비(60㎞정속주행시)는 경제적인 라이딩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주유 부담없이 장거리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브이스트롬 650XT ABS는 지난 10년간 650㏄∼800㏄ 듀얼퍼포스 클래스에서 누적 판매율 전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은 11,99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