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행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산정 방식과 관련, “조세 역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미 관련 개정안(지방세법 개정안)이 법안으로 발의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도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세는 1000㏄ 이하 차량은 ㏄당 80원, 1000㏄ 초과 1600㏄ 이하 차량은 ㏄당 140원, 1600㏄ 초과 차량은 ㏄당 200원씩 일괄 적용돼 산정되고 있다. 차량 가격과 무관하게 단순 차량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되면서 고가차량이 상대적으로 세제혜택을 누리는 조세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2498만원인 쏘나타 CVVL 스마트(1999㏄)의 교육세를 포함한 연간 자동차세는 51만9740원으로 가격인 6330만원인 BMW 520d(1995㏄)의 연간 자동차세(51만8700원)보다 더 많다.
5159만원인 제네시스 3.3 프리미엄(3342㏄)의 교육세를 포함한 연간 자동차세는 86만8920원인데 반해, 1억3800만원짜리인 BMW 730Ld(2993㏄)의 연간 자동차세는 77만8180원, 1억2800만원인 벤츠 S350(2987㏄)의 연간 자동차세는 77만6620원으로 두 차량 모두 제네시스보다 적다.
가격이 싼 차가 자동차세를 더 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안행위 국감에서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동일한 배기량의 2000만원대 차량과 6000만원대 차량의 자동차세가 같은 불합리성이 있다”면서 “현행 자동차세는 재산과세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역진성이 발생하는, 서민 납세자들에게 불합리한 조세제도이기 때문에 변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자동차세는 내연기관 차량 중심이어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과 같은 내연기관 미장착 차량은 과세표준에서 ‘그 밖의 자동차’로 분류돼 교육세 포함, 일괄적으로 연간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과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전기차인 기아차 쏘울 EV 가격은 4250만원이고, BMW i3는 5650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13만원의 자동차세를 내는데 그치고 있다. 차량 가격이 1198만원인 현대차 엑센트 1.4 가솔린(1368㏄)의 연간 자동차세는 24만8976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행 세율체계가 마련될 당시에는 ‘고배기량=고가차’의 등식이 성립돼 배기량 기준 과세는 재산 과세 측면과 운행 과세 측면을 동시에 충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근 낮은 배기량으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일반화되고, 친환경차가 실용화되면서 현행 세율체계는 재산 과세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세 세율체계의 조세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자동차세 산정 기준을 배기량이 아닌, 차량 가액에 표준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중산서민층이 주로 구입하는 3000만원 이하 차량 대부분의 자동차세는 줄어드는 반면, 5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의 자동차세는 늘어나 조세역진성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인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 등이 차량 가격에 맞춰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