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캠핑카에서 자유를 만나다읽음

고영득 기자

코로나 속 캠핑카 인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계절에 상관없이 캠핑을 가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캠핑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가 ‘움직이는 집’을 콘셉트로 출시한 포레스트.   현대차 제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계절에 상관없이 캠핑을 가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캠핑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가 ‘움직이는 집’을 콘셉트로 출시한 포레스트. 현대차 제공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걸 바꿨고, 새로운 트렌드도 만들어냈다. 캠핑도 그중 하나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창궐 후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 머물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레 거리 두기가 되는 캠핑과 ‘차박(자동차+숙박)’에 관심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 시장 규모는 4조원에 달하고 약 700만명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과거엔 여름휴가철에 캠핑을 많이 갔지만 캠핑 인구 증가로 이젠 사계절이 캠핑 시즌으로 자리잡았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캠핑을 해보자는 생각에 캠핑용 자동차(캠핑카)를 구매하거나 빌리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덩달아 기존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튜닝)하는 산업도 활발해졌다. 튜닝 차량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캠핑카는 3만8260대로 전년(2만4869대)보다 약 54% 늘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기능을 장착한 캠핑카들을 선보였고, 출시 차량의 몸집이 작더라도 ‘차박 가능’을 강조하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 됐다.

■ 필요한 건 다 있다

냉난방기·냉장고·싱크대 등
다양한 편의 도구 갖춰 안락
차종 따라 고정형 침대도 있어

‘나만의 캠핑장’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캠핑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요즘 캠핑카는 냉난방기, 냉장고, 싱크대 등 다양한 편의 도구까지 갖추고 있어 보다 안락한 캠핑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해 7월 현대차에서 출시한 포레스트는 ‘움직이는 집’을 콘셉트로 제작된 캠핑카다. 소형 트럭 포터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포레스트는 포터(Porter)와 휴식(Rest)을 합친 말로, 숲을 뜻하는 포레스트(Forest)를 연상케 한다.

현대차는 포레스트를 개발하면서 공간 활용성에 가장 중점을 뒀다. 실내 공간을 전동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고 침실을 두 층으로 나눌 수도 있다. 독립형 샤워부스와 실내 좌변기를 선택 사양으로 적용하면 굳이 캠핑장 내 공용 샤워실과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방전 걱정을 줄였고 태양전지 패널도 사양으로 선택할 수 있다. 포레스트는 출시 후 1년간 200여대가 팔렸다.

신형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신형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2013년부터 판매된 스타렉스 캠핑카는 기존 스타렉스를 개조한 차량이다. 2018년엔 신형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가 나왔다. 2열과 3열에 90도까지 기울기 조절이 가능한 쿠션 시트가 깔려 있다. 수직으로 세우면 수납 공간이 넓어지고 평평하게 눕히면 아늑한 잠자리가 된다. 또 냉장고·조리대 세트, 전기레인지, 접이식 실내 테이블 등을 구비해 음식물 보관부터 조리, 식사까지 차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놨다. 차량 뒤쪽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간이 외부 샤워기와 성인 2명이 샤워할 수 있는 50ℓ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청수통이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5월 특장 협력업체를 통해 중형 상용차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 모델을 캠핑카로 재탄생시켰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르노 마스터 모델 가운데 공간이 가장 넉넉하다. 기존 캠핑카로 자주 사용되던 르노 마스터 밴 L 모델과 비교하면 전장이 650㎜ 더 여유롭다. 내부 공간이 넓으니 침대와 테이블, 수납장도 접이식이 아닌 고정형으로 설치할 수 있다. 르노 마스터 15인승 모델은 기본 사양으로 무시동 히터가 적용됐고, 측면 창문 제조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고 캠핑카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달엔 홈쇼핑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비대면 시대, 캠핑카에서 자유를 만나다
비대면 시대, 캠핑카에서 자유를 만나다
요즘 캠핑카 실내는 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트렁크가 넓고 ‘차박’에 제격인 레저용 차량도 인기를 얻고 있다. 위 사진부터 포레스트, 르노 마스터 캠핑카, 신형 카니발.    각사 제공

요즘 캠핑카 실내는 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트렁크가 넓고 ‘차박’에 제격인 레저용 차량도 인기를 얻고 있다. 위 사진부터 포레스트, 르노 마스터 캠핑카, 신형 카니발. 각사 제공

■ 차박 열풍에 RV 선호도 커져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캠핑카
튜닝차 포함 땐 3만8000여대
전년보다 54%나 대수 늘어

차박 열풍에 RV도 판매 급증
캠핑카 튜닝도 덩달아 호황
관련 사고·화재 증가는 ‘그늘’

레저용 차량(RV)을 찾는 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차박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승용차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 픽업트럭 등 다목적 차량이 RV에 해당한다.

RV는 세단보다 차체가 높고 보다 많은 인원과 짐을 실을 수 있어 초보 캠퍼들이 선호한다. 뒷좌석과 트렁크를 연결하면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고급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다. 몸을 덮어줄 담요, 소형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필수 생활 도구 등만 준비하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가족 단위의 여가 활동이 늘고 보복소비가 증가해 중형 이상 SUV와 미니밴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RV 모델은 총 45만3192대로, 전체 승용차(82만3691대)의 55%를 차지했다. 1~8월 RV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기아 카니발은 미니밴의 대표주자다. 실내와 적재 공간이 넉넉해 5인 이상의 가족이나 3대가 함께 캠핑을 떠날 때 적합하다. 2열과 3열을 독립 시트로 구성해 신체 접촉 등으로 부대끼는 일 없이 목적지까지 편안히 갈 수 있다. 4열 시트를 접으면 크고 많은 짐도 거뜬히 들어간다. 또 센터콘솔 뒷면과 트렁크에 콘센트가 부착돼 있어 각종 전자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미니밴이 부담스럽다면 대형 SUV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동급 최대 적재 공간을 자랑하고 전자식 스위치로 간편하게 시트를 펼 수 있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2만9541대 팔렸다. 험로 주행모드를 국산 SUV 최초로 적용했고, 앞 유리에 주행 정보가 표시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카니발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수입 RV 중에서는 한국지엠의 쉐보레가 캠핑 바람을 잘 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리얼 뉴콜로라도는 지난달 758대가 판매돼 픽업트럭 모델로는 최초로 수입차 등록 1위를 기록했다. 트래버스는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수입 대형 SUV 중 판매 1위를 차지했다.

■ 캠핑카 튜닝도 호황

나흘간의 일정으로 지난 3일 막을 내린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문 전시회 ‘2021 오토살롱위크’에서도 캠핑카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캠핑카 전시관 규모가 전체 3분의 1을 차지했고, 30개가 넘는 업체들이 70여대의 캠핑카를 전시했다. 특장업체들은 기아 레이와 같은 경차부터 스타렉스, 카니발까지 캠핑용으로 튜닝한 차량을 선보였고, 편의성이 돋보이는 수입 캠핑카들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오토살롱위크 사무국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국내 여행자가 크게 늘면서 캠핑카와 오프로드 분야 튜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가의 캠핑카를 새로 구매하기보다 보유 중인 차량을 개조해 여가에 활용하려는 사람이 늘다 보니 캠핑카 튜닝도 자동차 산업의 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캠핑카 튜닝 승인 건수는 7709건으로 전년(2195건) 대비 3.5배 증가했다. 11인승 승합차의 캠핑카 튜닝이 허용된 2014년(125건)과 비교하면 62배 수준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는 7012건으로 지난해 전체 튜닝 승인 건수에 근접했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2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기존에 11인승 승합차만 가능했던 캠핑카 튜닝을 승용차, 화물차, 특수차 등 모든 차종이 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튜닝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도 엄격한 규제에 막혀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캠핑카 튜닝 규제 완화로 2025년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 규모가 5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캠핑카 튜닝 증가로 캠핑카 자동차보험 사고도 2016년 698건에서 지난해 3680건으로 5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370건으로 집계돼 연말까지 5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캠핑카 관련 화재는 225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으며, 23억85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튜닝 캠핑카는 다양한 캠핑 장비에 따른 전력 과부하 등 안전사고 위험 요소가 많지만 관련 법과 제도가 안전기준을 충분히 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조 의원실은 분석했다.

다수가 이용하는 공영 주차장에 일부 캠핑족이 장기간 캠핑 차량을 방치해 물의를 빚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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