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중호우로 침수된 차량 가운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는 세단형 승용차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A손해보험사가 지난 8~17일 접수한 세단형 승용차 침수 피해는 총 3200대로, 전체 피해접수(4232대)의 75.6%를 차지했다. 반면 승용 SUV와 승합차 등은 총 737대로 전체의 17.4% 수준이었다. 이밖에 전기차가 24대(0.6%)였고, 소형 트럭 등 기타 차량 접수 건이 271대(6.4%)였다.
기타 차량을 제외하고 보면 피해 차량 5대 중 4대(80.8%)가 세단형 승용차였다.
서울시 등록 승용차량 3대 중 2대가 세단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호우로 승용 세단의 침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컸음을 보여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승용차 중 세단은 188만6522대(68.4%), SUV는 82만4985대(29.9%), 전기차는 4만4732대(1.6%)다.
승용 세단의 침수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은 엔진에 공기를 공급하는 흡기구 위치가 SUV보다 낮게 설치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흡기구는 대체로 차량 전면 그릴 위에 위치한다. 이 부분에 물이 들어가면 대부분 차량의 경우 엔진 작동이 멈추는 것은 물론 엔진 자체가 망가져 폐차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달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정책처장은 “흡기구의 위치가 차량 침수 여부를 가르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며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면 압축이 이뤄지지 않아 엔진이 멈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상고(노면에서 차체 밑바닥까지의 높이)와 흡기구 위치가 높은 SUV라도 침수된 도로에서 안전하게 탈출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침수 높이는 흡기구보다 낫더라도,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물결이 차량 전면 범퍼를 타고 흡기구로 빨려 들어가 엔진룸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바퀴가 다 잠길 정도로 침수 정도가 심하면 세단이든 SUV든 거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 처장은 “차량 휠 축이 물에 잠길 정도 깊이면 운행하지 말아야 하고, 물이 깊지 않더라도 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이후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차량은 총 1만1000대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8일 오전 10시까지 12개 손해보험사가 접수한 차량 침수 피해는 총 1만1685건, 추정 손해액은 1637억10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