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회사들은 모두 갖고 있더라, ‘자율주행 비밀 병기’

박순봉 기자

완성차들의 자율주행 자회사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니로EV가  지난해 2월 서울 상암동을 자율주행하고 있다. 포티투닷 제공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니로EV가 지난해 2월 서울 상암동을 자율주행하고 있다. 포티투닷 제공

현대차, 4772억에 ‘포티투닷’ 인수
기술 개발사 창업자를 사장에 앉혀
GM, ‘크루즈’ 인수해 자회사 운영
폭스바겐·스텔란티스·도요타도
자율주행 업체 품고 관련 기술 개발

세계 5대 완성차 기업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GM, 스텔란티스그룹, 도요타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회사를 계열사 혹은 자회사로 둔 것이다. 이는 각 회사들이 미래차 시대에 어느 정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모든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를 넘어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할 것이냐, 또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직접 운영하느냐, 아니면 기술을 공유받을 것이냐’ 차이로 나눠진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표방하는 테슬라 모델을 따라갈 것이냐, 아니냐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12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포티투닷을 세운 송창현 대표는 네이버랩스 대표이사와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포티투닷이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걸 보여준다. 송 대표는 2019년 포티투닷을 설립했고, 2021년 11월 서울시 유상 운송 1호 면허를 발급받아서 자율주행을 서비스해왔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인수하는 데 들인 비용은 4772억원이다. 송 대표가 보유한 지분 36.19%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지분율은 현대차 55.93%, 기아 29.54%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치면 85.47%로 절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계열사로 인수한 이후 송 대표에게 현대차그룹의 ‘TaaS본부 및 차량SW’(Taas·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를 총괄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의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신년회에선 상징적인 장면이 보인다. 당시 신년회 무대에 선 사람은 대표적으로 5명이었는데 이 중에 송 사장이 포함돼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박정국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함께 송 사장이 무대 한 자리를 차지한 사실은 자율주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SDV(software-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를 현대차그룹의 다음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기준으로 입사한 지 2년도 안 된 송 사장을 무대 위에 올렸다는 건 현대차그룹이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향한 GM의 움직임도 공격적이다. GM은 근래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대대적으로 인력 감축을 한 회사다. 2019년 4000여명을 구조조정했고, 북미 지역 공장 5곳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7개 공장을 폐쇄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군산공장을 매각했다. GM은 이 같은 구조조정의 이유로 전기차 전환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든다.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자금을 모아 투자를 진행했다는 의미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인 ‘크루즈’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크루즈는 2020년 1월 자율주행 레벨 최고 단계인 레벨5(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로보택시 ‘오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커넥티드 카’(인터넷에 연결된 차)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영국 스타트업 위조에 투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를 해온 회사”라며 “올해부터 가장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보여줄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폭스바겐도 2020년 설립한 차량용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카리아드’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2026년까지 직원을 1만명까지 늘리고, 300억유로(약 40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카리아드가 개발하는 차량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VW.OS’를 모든 차에 적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연결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아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폭스바겐의 차를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만들겠다는 의미다.

폭스바겐은 지난해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체 트레이스트로닉과 합작해 ‘네오크스’도 설립했다. 네오크스는 차량전자제어장치와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해 성능을 테스트하는 업체다. 폭스바겐의 방향성 역시 소프트웨어에 집중된 모습이다.

1위 도요타는 전기차 시장의 후발 주자이지만,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는 착실히 준비해왔다. 도요타는 2018년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인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설립했다. 우븐플래닛홀딩스를 통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아린’을 독자 개발 중이다. 2025년까지 실용화가 목표다. 도요타는 아린을 자동차의 ‘뇌’로 표현한다. 아린을 활용해 스티어링휠(운전대), 브레이크 제어, 가속 등을 제어하고 내비게이션 역할도 한다. 아린은 도요타 자동차뿐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제작사의 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 같은 운영체제 같은 기능을 자동차에서 하겠다는 뜻이다.

스텔란티스그룹은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AI모티브’를 인수했다. AI모티브는 2015년 헝가리에 설립된 업체로 자율주행 부문 선두주자로 꼽힌다. 스텔란티스는 AI모티브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로 운영한다. 스텔란티스는 AI모티브를 통해 스프트웨어 플랫폼인 오토드라이브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완성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나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0~5레벨로 나눠지는 자율주행 단계 중에서 소위 ‘완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4~5레벨 도달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많다. 반면 레벨3 수준에서도 충분히 유용해 기술적 가치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범부처 한국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이 지난해 12월30일 발간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현황 분석-기업 중심으로’ 보고서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은 과도한 시장 기대에서 내려오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반면 레벨3는 기술의 가치를 재조명받으면서 본격 상용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KADIF는 자율주행은 활용 가능성이 높아 산업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고, 물류장비, 수송장비, 산업차량 등 적용 분야가 넓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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