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한 달여 고민한 정부 대책…전문가들은 ‘갸웃’

김준 선임기자

지난 6일 발표 배터리 인증 등 ‘안전관리 대책’ 뜯어보니

‘배터리 팩’ 대상 인증 ‘셀’은 빠져
“실제 화재 원인 차단 검증 안 돼”

최적 관리 두뇌 역할 ‘BMS’ 개선
“화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순 없어”

스마트 제어 충전기 늘린다는데
“배터리 전압·온도 등 정보 필요
전기차에 해당 기능 없어 한계”

정부가 지난 6일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배터리 인증제 시행,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개선,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조치로, 안전관리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 10월부터 배터리 인증제를 시범 실시한다는데.

“현재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 정격 전압, 최고 출력 등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이후에는 배터리 셀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형태, 주요 원료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정부가 인증해준다. 하지만 이는 ‘배터리 팩’에 대한 기준이고 인증이다. 통상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팩이 아니라 셀 자체의 단락 등으로 발생한다. 전문가들이 배터리 셀 단위, 모듈 단위에서의 정밀검사와 관련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 배터리 팩만 인증해서는 안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건가.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셀 단위를 묶어 모듈로 만들고, 다시 모듈 여러 개로 최종 배터리 팩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셀을 엮는 모듈 제조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 배터리 셀에 화재가 발생해도 다른 셀이나 모듈로 번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국산 전기차 화재의 경우 모듈 단위에서 화재가 차단돼 나머지 배터리 모듈은 불에 타지 않아 화재 규모가 작고 진압도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대책에 BMS 개선이 포함됐다. 어떤 장치인가.

“BMS는 자동차 배터리를 전체적으로 관리·보호·제어하는 ‘두뇌’라고 보면 된다. 배터리 이상 여부 점검부터 배터리 셀의 기능과 내구성까지 최적의 성능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 출시된 전기차는 배터리의 순간 또는 미세 단락을 감지하는 기능도 있어 화재를 사전에 감지하는 데 좀 더 유리하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장치를 연말까지 기존 전기차에도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 BMS가 감지한 배터리 이상 유무를 운전자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배터리에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BMS는 필요한 안전 제어를 수행한다. 이후 위험 정도에 따라 운전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BMS가 진단한 이상 데이터를 원격지원센터로 곧바로 전송해 운전자에게 서비스센터 방문과 점검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또 급할 경우 긴급출동도 안내한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는 문자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 BMS가 있으면 불이 안 나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 최근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들은 모두 BMS 장치가 있는 차량이었다. 화재 발생의 주요 원인인 배터리 셀을 튼튼하게 제작하고, 잘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정부가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늘린다는데.

“스마트 제어 충전기는 충전량을 제어해 BMS와 함께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속충전기에는 이미 이런 기능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완충하더라도 차량 배터리에 여유가 있어 100% 충전이 화재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안전관리는 이중삼중으로 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충전을 제어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 기존 충전기도 스마트 기능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새로 설치하는 충전기부터 이 기능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스마트 충전기가 설치된다고 해서 충전 제어가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충전량을 제어하려면 전기차에서 배터리 전압,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충전기에 보내주며 통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능이 대부분 전기차에는 없다. KG모빌리티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가 아직은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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