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과거와 달리 승차감과 주행 성능이 세단 못지않고, 트렁크 용량이 커 짐도 많이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SUV 선택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도로에 딱 달라붙어 고속으로 달리거나, 코너를 매끄럽게 빠져나오기에 차고가 높은 SUV는 아무래도 세단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세단의 장점에 SUV의 편의성을 겸비한 차가 왜건이다. 해치백 모델처럼 생겼지만 트렁크 부분이 훨씬 넓다. 유럽에서는 에스테이트, 투어링, 슈팅브레이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는 왜건의 장점에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좀 더 추가한 차량이다. 최저지상고가 일반 세단보다 높고, 사륜구동을 추가해 포장도로는 물론 돌이나 자갈 등이 군데군데 드러난 오프로드에서도 강력한 주행 성능을 보이는 모델이다. 이런 특성으로 볼보는 V90 크로스컨트리를 ‘올 로드 스페셜리스트’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1997년 첫 모델이 나와 벌써 30년 가까이 세계인의 발이 되고 있는 V90 크로스컨트리가 주는 첫인상은 ‘단단함’이다. 세단이지만 오프로드를 달려도 힘겨워하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함이 느껴진다.
운전석 도어를 열고 상하좌우로 흔들어 봤다. 문짝이 따로 놀지 않고 차체와 딱 달라붙어 있다는 믿음을 준다.
강인하고 고집 있어 보이는 도어와 달리 V90 크로스컨트리 실내는 잘 꾸며진 거실 같다. 볼보는 ‘스웨디시 럭셔리’란 표현으로 자사 차량의 내외관 디자인을 설명하는데, 인테리어에서는 따뜻하고 푸근함이 배어난다.
울창한 삼림의 국가 스웨덴을 떠올리는 우드 트림, 고급 가죽 소파에 쓰일 법한 나파 가죽 시트가 그렇다. 은빛 알루미늄 케이스로 보호받으며 좌우측 도어 상단에 위치한 바우어 앤 윌킨스의 스피커는 거실 한쪽에 놓인 고급 오디오 시스템과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차는 묵직하게 나간다. 직렬 4기통에 배기량은 1969㏄로 크지 않지만 터보를 잘 조합해 최고출력은 250마력(ps), 최대토크는 35.7kg∙m가 나온다.
이 엔진에는 볼보의 새로운 표준 파워트레인인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들어갔다. 48V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얻어 역동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
실제 운전자를 포함해 서너 명이 타도 기세 좋게 달려준다. 조합된 8단 자동변속기는 소리소문없이 최고 기어단까지 빠르게 변속해주는 재주를 가졌다. V90에 장착된 상시 사륜구동은 코너를 제법 빠르게 빠져나와도 타이어를 도로 표면에 잘 밀착시켜 주었다.
운전자 편의 장치도 적잖다. 시트는 오랜 시간을 달려도 불편하지 않다. 앞 좌석에는 전동식 사이드 서포트 및 쿠션 익스텐션, 마사지 기능이 있다. 열선과 통풍시트는 기본이다. 특히 마사지 기능은 한번 맛 들이면 운전 내내 켜게 하는 매력이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티맵 네비게이션과 거의 동일한 네비게이션이 센터 중앙 모니터를 통해 가동할 수 있다. 볼보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3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는데, 음성으로도 명령을 할 수 있어 이 장치 하나만으로 운전이 적잖이 쉬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 중앙에 맞춰 달리게 해주는 ‘파일럿 어시스트 II’도 믿음직스럽다. 여기에 차량, 보행자, 자전거, 대형 동물 감지 및 교차로 추돌 위험 감지 기능을 구비한 긴급제동 시스템도 갖췄다.
도로 이탈을 완화하고 반대 차선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회피하는 기능도 갖춰 운전 중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보호해준다.
가격은 7250만원(B5 AWD Plus), 7820만원(B5 AWD Ultimate)이다. 5년 또는 10만㎞ 워런티와 메인터넌스를 제공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