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국판 벙커버스터’, ‘괴물 미사일’ 등으로 불리는 현무-5가 공개되면서 이 거대한 미사일을 운반·발사하는 ‘이동식 발사차량(TEL)’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데다 차량의 형태나 크기, 움직임이 기존 차량과 적잖이 달랐기 때문이다.
현무-5 이동식 발사차량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공개된 발사차량(현무-2 탄두개량형 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추정)과 형태적으로 비슷하지만 캐빈(차량 앞부분)과 전장(차량 길이), 바퀴 수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현무-5 이동식 발사차량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완성차 업체 기아가 개발·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가 차량을 만들면 현무-5 미사일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넘겨져 현무 미사일 본체와 조립된다.
기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군용 차량 개발 전문연구소와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소형전술차량, 중형표준차량, 2.5t, 5t, 15t 등 다양한 군용차량을 생산 중이다. 현무-5 발사차량은 ‘대형 전술차량’ 영역에 포함되는데, 홈페이지 등에도 사진이나 기타 성능 등 제원이 일체 표시돼 있지 않다.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 차량은 제식명이 K901로 알려진 기아 대형 전술차량의 개량 버전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만큼 현무-5 등 전술 미사일에 대한 보안이 철저하다는 의미다.
현무-5 관련 제원 등은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2급 비밀의 경우 국가 안전 보장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비밀을 말한다.
현무-5 이동식 발사차량은 구동축이 모두 9개로 구성된 ‘18X18’ 방식이다. 좌·우측에 각각 9개씩 모두 18개의 대형 바퀴가 달려있다. 지난해 공개된 차량은 10X10으로 좌·우측 각각 5개씩 10개의 바퀴가 달려 있다.
현무-5 발사대 차량의 바퀴 수가 늘어난 것은 탄두 중량만 8~9t, 총 중량은 36t쯤으로 추정되는 현무-5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이동식 발사차량은 일반 차량과 달리 9개의 차축이 운전대를 돌리면 좌·우측으로 돌아가는 후륜 조향장치도 설치됐다. 이 기능 덕분에 공개된 영상처럼 현무-5 발사대 차량은 운전대를 돌리면 가장 앞의 바퀴와 나머지 8축의 뒷바퀴가 동시에 좌우로 움직인다. 이러면 좌·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수평 이동(게걸음·Crab steering)이 가능해져 회전반경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고, 적군이 아군의 미사일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장점이 된다.
이 밖에 런플랫 타이어와 공기압 조절장치, 방탄 캐빈, 화생방(NBC) 방호 처리 장치 등이 설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이나 변속기 제원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아가 속한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엔진 중 가장 출력이 큰 엔진이 540마력을 내는 것을 고려하면, 이 엔진이 사용됐거나 이를 튜닝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좀 더 강화했을 가능성은 있다. 변속기는 최근 군용 차량에도 많이 장착되는 자동변속기가 채택됐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