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 SK하이닉스, 직원 달래기 고심

조미덥 기자

영업이익 2배인데 성과급 그대로

최태원 회장 연봉 자진반납 이어

이석희 사장 “기준 달라져” 해명

성과급 논란 SK하이닉스, 직원 달래기 고심

삼성전자·마이크론 경력 채용에
사측, 인력 이탈 가시화할지 촉각
노사, 협의회서 해결 방안 모색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지급된 성과급이 적다는 직원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원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는데 성과급은 그대로라며 불만이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로 이직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연봉을 반납하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사내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일 SK하이닉스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반발은 사측이 지난달 28일 초과이익배분금(PS·Profit Share)으로 연봉의 20%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초에도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받았던 직원들이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는데, 왜 성과급은 똑같냐’고 성토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받는다는 소식에 더욱 격앙됐다. 때마침 삼성전자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지난 1일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뜨자 사내에선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와 올해의 성과급 지급 기준이 달랐다고 설명한다. SK하이닉스 성과급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비용 등을 뺀 순수이익)를 일정한 식에 넣어 산정한다. 2019년엔 영업이익이 났지만 EVA가 마이너스여서 PS를 줄 수 없었는데, 직원들 동기 부여 차원에서 2020년 초 미래성장특별기여금이란 이름으로 연봉의 2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런데 지난해 EVA가 플러스로 전환돼 올해 지급되는 PS를 계산했더니 우연히 연봉의 20%로 전년과 같았다는 것이다.

사측은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사태 진정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열린 M16 공장 준공식에서 “PS 문제를 알고 나름대로 고심했다”며 3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SK하이닉스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석희 사장은 지난 2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우연치 않게 2년 연속 지급 규모가 같게 나왔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급 기준이 달랐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오해를 풀고 신뢰를 다시 쌓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어려울수록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사내 불만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액수도 문제지만 사측이 노조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정해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사측에 성과급 계산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앞으로는 영업이익 대비 비율 등 공개할 수 있는 성과급 시스템을 만들 것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의 신뢰가 무너져서 돈을 좀 더 준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젊은 연차 직원들 상당수가 이직하겠다고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4일 중앙노사협의회를 열지만 성과급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쉽게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회사 밖에서는 이런 논란 자체가 부럽다는 시선도 있다. 서울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30대 회사원은 “성과급이 연봉의 20%이면 경력이 얼마 안 된 직원이어도 1000만원은 족히 될 텐데 성과급으로 그 정도라도 받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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