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화물 부문 막대한 적자… 흑자 전제 지분확대 비현실적

박병률 기자

‘KTX 자회사’의 문제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10일 이사회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가칭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설립 의결을 강행한 것은 정부의 현물출자를 바탕으로 부채비율 감소와 공사채 발행 등 손쉬운 경영효율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이날 공개한 코레일의 ‘수서발 KTX 운영준비 현황 및 계획’ 내부자료를 보면 수서고속철도는 하루 5만5000명을 수송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서·동탄·지제역 외 다른 역은 코레일에 위탁해 사용한다. 2016년 82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336억원, 2020년 663억원 등의 운송수익을 남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수익은 기존 코레일에서 전이된 것일 뿐이다. 코레일은 서울역과 용산역을 이용하던 1만~2만명의 승객을 자회사인 수서고속철도에 빼앗겨 연 매출액이 1000억~2000억원 감소한다. 코레일은 수서고속철도로부터 연간 2096억원을 벌어들여 감소분을 만회한다.

수서고속철도에는 KTX 차량과 정비시설이 없다. 코레일은 수서고속철도로부터 KTX 차량 임대료와 정비 위탁수수료, 기존역 인력 위탁 사용료를 받는다. 또 코레일은 자신의 출자분 41%에 대한 배당금(연 26억원)도 받는다. 코레일에서 승객을 빼앗아가 생긴 자회사의 수익을 근거로 배당금을 챙기는 계산법이다.

이런 계산이 가능한 것은 정부가 코레일에 현물출자로 종잣돈을 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9700억원에 이르는 광주차량기지와 호남고속철도 22편성을 코레일에 현물출자한다. 철도시설공단은 1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코레일에 넘겨주되 추후 수서고속철도에서 선로사용료를 많이 받는 식으로 적자분을 보전받기로 했다.

돌고 도는 셈법에서 최고 수혜자는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정부에서 현물로 9700억원을 출자받았다. 자본금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9~15%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또 자본금에 비례해 발행할 수 있는 공사채 발행한도가 더 늘어난다. 이게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코레일은 별다른 경영효율화를 하지 않고도 부채비율 감소와 공사채 발행의 특혜를 입게 된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수서발 자회사의 이사회 의결을 강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의 비공식 합의서를 보면 2016년부터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내면 수서고속철도 지분을 10%씩 늘린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코레일은 화물부문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고, 수서고속철도 출범 이후 여객 감소로 적자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서고속철도에 유입될 공적자금이 민간자금을 포함한 펀드 형태라면 추후 자본의 성격이 변질될 우려도 있다. 예컨대 공적자금 펀드에 연기금이 100억원을 투자한 뒤 50억원을 민간자본에 팔더라도 수서고속철도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민간자본이 포함된 공적 형태의 펀드가 공공자금이라며 수서고속철도 지분 59%를 매입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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