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의식·제왕적 경영문화…시민 상식과 다른 ‘돌출 행동’ 재벌 2·3세 일탈 왜 잦나

김형규·이혜리 기자

재벌가 자제들의 일탈은 일종의 ‘문화 충돌’이다. 보통 시민의 상식에 반하는 언행은 평소 생활과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보는 선민의식에서 터무니없는 행태로 이어진다.

하지만 부모 이외에 이들을 제어할 이가 없어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그나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민심의 위력과 전파력이 강해지면서 재벌가들도 여론 향배에 눈치를 보게 됐다.

■직원을 종 부리듯

전문가들은 돌출 행동이 반복되는 것은 창업주 세대와는 다른 성장·교육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세대들은 밑바닥에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스타일과 지도력을 만들어냈다. 반면 그 후대들은 어려서부터 “회장님 아들딸” 소리를 들어가면서 자랐다. 또 보통의 사회 속에서 다양한 계층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라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성장했다.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듯한 행태가 불거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들이 경영을 승계하는 것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판단력을 가진 이들이 거대 기업을 좌우하게 된다”며 “문제는 이들의 일탈이 개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 속 화초’ 대접받고 자라
현실에 나오면 ‘문화적 충돌’
직원들 노비처럼 부려 먹어
결국 기업 리스크로 이어져
SNS 발달로 감시기능 강화
재계 “타산지석 삼자” 분주

‘제왕적 경영문화’도 문제로 꼽힌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종업원과 기업 총수는 본질적으로 임금과 노동력을 교환하는 수평적 계약관계이자, 동반자”라며 “한데 재벌 총수 일가는 직원의 ‘노비문서’라도 가진 것처럼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재벌들의 이런 행태가 조직 내에서 견제를 받거나 자정노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번 물의를 일으킨 2·3세는 거듭 사건과 사고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아들은 2005년 3월 시비 끝에 70대 할머니에게 폭언·폭행을 했고, 2012년 12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막말을 해 비판을 받았다.

노조 조직률이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한국 현실도 총수 일가의 전횡에 속수무책인 이유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는 “1990년대 구제금융 시기와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됐고 그만큼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해졌다”면서 “자격미달인 경영인이 횡포를 부려도 직원들이 함부로 문제제기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노동시장 구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극소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주무르는 기형적 지배구조가 문제의 근본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후세 경영인의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이나 종업원 대표의 경영 참여, 이사 추천권 부여 등 근본적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 “타산지석 삼자”

재계에선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권 들어 사그라졌던 ‘경제민주화’나 ‘재벌 개혁’ 담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경영 승계’ 임계점에 다다른 그룹들은 더욱 초조해하고 있다.

이에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그동안 최고경영자 리스크를 겪지 않은 기업들도 ‘조현아 사태’를 거울 삼아 위기관리 전략을 재점검하고 자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SNS가 발달하고 내부 고발자가 늘면서 총수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요즘 각 기업마다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중에서도 총수 리스크는 가장 충격이 크고 회복 속도도 더디다”면서 “최근 들어 언론 기사 등을 챙겨가며 밖에서 보는 시각을 알 수 있도록 보고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수 자제들이 스스로 창업자 정신을 곱씹어보고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Today`s HOT
이 기쁨이 203주년, 과테말라 독립 기념일 이집트 기차 충돌로 어린이 2명 사망 이색 대회 독일 취미 경마 선수권 대회 재앙처럼 번지는 남미 산불
태풍 야기로 인한 홍수로 침수된 태국 치앙라이 영국 공군대학에서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윌리엄 왕자
네덜란드 해방에 기여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한 사람들 허리케인 프랜신으로 파손된 미국의 한 매장
볼리비아 산불을 냉각하고 있는 사람들 브라질 원주민의 망토 반환을 축하하는 기념식 베네수엘라 청년당 창립 기념 행사 태풍 야기로 경찰의 도움을 받는 미얀마 주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