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먼지나게' 뛰었습니다"...우사 빠져나온 소 300마리 풀밭 '폭주'

윤희일 선임기자
“풀밭이 얼마나 좋던지, 정말로 ‘먼지나게’ 뛰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한우연구소의 소들이 22일 오전 방목된 뒤 풀밭 위를 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풀밭이 얼마나 좋던지, 정말로 ‘먼지나게’ 뛰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한우연구소의 소들이 22일 오전 방목된 뒤 풀밭 위를 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저는 솝니다. 소예요. 친구 소 299마리와 함께 오늘 풀밭으로 나왔습니다. 앞으로 10월말까지, 5개월 동안 대관령 초지의 신선한 풀을 뜯어먹으면서 자유롭게 한 번 살아보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관리하는 강원도 평창의 한우연구소랍니다. 축산과학원이 한우를 연구하기 위해 저와 친구들을 키우고 있는 곳이지요.

“정말로 먼지나게 뛰었습니다. 얼마나 풀밭이 그리웠던지….”

오늘(22일) 오전 10시30분 연구소 우사(牛舍)에서 풀밭으로 난 도로에서는 저와 제 친구 등 소 300마리가 펼치는 경주가 펼쳐졌지요.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때 100m달리기 하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빨리 풀밭으로 가고 싶었거든요.”...방목된 소들이 초지를 향해 뛰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초등학교 운동회때 100m달리기 하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빨리 풀밭으로 가고 싶었거든요.”...방목된 소들이 초지를 향해 뛰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한우연구소 우사에서 풀밭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한우연구소 우사에서 풀밭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그럼, 이 시점에서 저희들의 ‘생활계획표’를 공개하겠습니다.

저희들이 앞으로 살아갈 곳은 260㏊에 이르는 광활한 초지인데요, 이 초지는 모두 50여개 구역으로 구분돼 있어요. 저희들은 평균 6㏊에 이르는 풀밭을 놀이터로 삼아 2∼3일 동안 지내다가 옆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냥 풀을 뜯어먹고, 싸고 노는 게 일과라는 얘기죠.

부럽다고요?

너무 부러워들 하지 마세요. 지난 7개월동안 저희들이 얼마나 답답하게 살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풀밭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풀밭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한우연구소에서는 저희들을 풀밭에 풀어놓는 것을 방목이라고 하는데, 그 앞에 ‘친환경’이나 ‘동물복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고는 하지요.

하지만, 연구소 쪽에서도 노동력 투입을 줄이고, 사료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겁니다. 저희들의 입장에서 보면 방목이 ‘친인간’, ‘인간복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아, 이젠 좀 살 것 같다”....초지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아, 이젠 좀 살 것 같다”....초지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아이구, 이런 얘기는 좀 쑥스러운데, 저희들이 최상의 목초를 먹으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고 매일 일광욕을 하면, 번식률이 15%나 올라간다고 하네요. 방목이 번식용 암소에 효과적이라나 뭐라나….

앞으로는 풀좀 실컷 먹고 살아보겠습니다. 어른 소인 저의 몸무게가 500㎏쯤 되는데, 하루에 60∼70㎏의 풀은 먹어야 합니다. 풀만 충분히 먹었다고 하면, 배합사료같은 것은 하나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요거는 연구소 박사님에게 들은 얘긴데요, 방목을 하면 암소를 키우는데 드는 사료비를 68%나 아낄 수 있다고 하네요. 사료비는 사람들이 소를 키울 때 드는 비용(생산비)의 절반(46% 이상)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알 수 있겠지요. 게다가 저희들을 방목하면 대한민국의 산지 이용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하네요.

이래저래 저희들은 ‘사람 좋은 일’만 하고 삽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저희들을 볼 때 ‘마블링’만 따지는 버릇은 좀 버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 그럼, 풀밭에 가서 한 바탕 뛰고 오겠습니다.

“빨리좀 내보내 주세요”. 22일 오전 초지 방목을 기다리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빨리좀 내보내 주세요”. 22일 오전 초지 방목을 기다리고 있는 소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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