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위변조·분실 위험 없는 전자계약…“개인 30만명·기업 3만곳 가입”

글·사진 박병률 기자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전자계약서비스 스타트업인 ‘모두싸인’의 이영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의 한 회의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두싸인 모바일앱을 설명하고 있다.

전자계약서비스 스타트업인 ‘모두싸인’의 이영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의 한 회의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두싸인 모바일앱을 설명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전자계약 서비스
계약서 파일 업로드 후 서명토록
이메일·카톡 ‘링크’ 형태로 전달
“가장 보안성 높은 AWS에 저장
해킹 통한 유출 우려 거의 없어”

2015년 2월 겨울바람이 찼다. 부산대 재학생 3명이 부산 금정구 온천장 원룸에 모였다. “우리 딱 1년만 해보자.” 졸업을 앞두고 있던 4학년 이영준씨의 말에 나머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법학과, 시각디자인학과, 컴퓨터공학과 각 1명으로 구성된 창업멤버다.

전자계약 서비스 스타트업인 ‘모두싸인’은 이렇게 시작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이영준 대표(32)는 원룸을 작업실로 잡은 데 대해 “먹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 15시간은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그렇게 일하면 뭐라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애플컴퓨터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앨터스시에 있는 창업자의 집 창고에서 시작했다면, 모두싸인은 창업자의 모교 근처 원룸에서 시작된 셈이다.

모두싸인은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계약 서비스다. PDF, 워드, 한글 파일 등으로 만들었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계약서 파일을 홈페이지(www.modusign.co.kr)에 업로드한 뒤 상대방의 정보와 서명할 위치만 입력한다. 그러면 해당 계약서는 e메일 혹은 카카오톡을 통해 상대방에게 링크 형태로 전달된다.

상대방이 링크를 클릭한 뒤 본인인증을 하고 서명을 하면 계약이 끝난다. 서명은 손가락을 화면에 터치해 할 수도 있고 미리 만들어놓은 도장 파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접속할 때마다 접속자와 접속시간, IP주소 등 기록이 남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이 대표는 “위변조나 분실 위험이 있는 종이계약서보다 전자계약서가 안전하고 편리하다”며 “서명된 계약서는 세계에서 가장 보안성이 높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저장되기 때문에 해킹을 통한 유출 우려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모두싸인에는 지금까지 30만명의 개인과 3만개의 기업이 가입했고, 200만개 이상의 문서가 서명됐다. 맥도널드,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등 다국적기업과 카카오, 한국전력, KB손해사정, 중고나라 등 국내 기업들도 고객이다.

이 대표는 원래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서울 신림동까지 와 4년을 공부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회의감이 들었다. 합격도 어렵지만, 그렇게 공부해 합격한들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행시 도전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뭐 할 거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당차게 답했다. 그게 2013년이다. 이 대표는 ‘앱티브’라는 개발동아리를 창립해 후배들과 함께 여러 앱을 직접 제작했다. 그러면서 만든 것이 변호사 검색 서비스인 ‘인투로’다. 의뢰인과 변호사를 맺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현행법상 알선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데다 변호사 광고시장도 한계가 있어 중도에 접었다. 이 대표는 이어 계약서 작성 서비스인 ‘오키도키’를 만들었다. 서비스 출시 이후 소비자들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보다 대면하지 않고 계약을 맺거나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모두싸인 베타버전을 출시한 것이 2016년 2월이다.

모두싸인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인 디캠프와 프라이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톡이 막대한 가입자를 확보한 뒤 쇼핑, 게임, 음악, 배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며 “모두싸인도 기업고객을 바탕으로 기업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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