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공개...남극에서 펭귄 잡아먹는 웨델물범

윤희일 선임기자

극지연구소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인익스프레시블섬에서 웨델물범이 아델리펭귄을 사냥하는 모습을 세계 최초로 포착했다고 26일 밝혔다.

웨델물범이 아델리펭귄을 공격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웨델물범이 아델리펭귄을 공격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웨델물범이 아델리펭귄을 공격한다는 기록과 목격담은 이전부터 전해오고 있지만, 실제로 사냥 모습이 영상을 통해 확인·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아델리펭귄 2만4000여쌍이 서식하는 인익스프레시블 섬에서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10차례의 현장조사를 실시해왔다. 연구팀은 이 조사에서 생선이나 갑각류를 주로 먹는 것으로 알려진 웨델물범의 새로운 취식 행동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에는 2마리의 웨델물범이 각각 2마리의 아델리펭귄을 사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펭귄을 바다 표면에 내동댕이치는 방법으로 기절시킨 뒤 먹어버리는 모습은 남극의 대표적인 펭귄 사냥꾼인 표범물범의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웨델물범이 공격 대상로 삼은 펭귄은 털갈이를 거의 마치고 처음 바다에 들어가기 시작한 어린 아델리펭귄이었다. 연구팀은 “웨데물범이 어린 아델리펭귄이 수영에 미숙한 점을 노리고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웨델물범의 공격에 놀란 다른 아델리펭귄들은 바다 밖으로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아델리펭귄이 탄생한 뒤부터 둥지를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연구팀은 “육지 위에서 웨델물범에게 방어행동을 보이지 않던 아델리펭귄이 바다로 뛰어들 무렵에는 경계행동을 하는 모습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지역인 인익스프레시블섬은 아델리펭귄의 번식지로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이탈리아와 함께 지난 8일 제42차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에서 이 지역을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바 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남극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구조 및 기능 연구’ 과제의 하나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극지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극지 생물(Polar 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를 진행한 이원영 박사(선임연구원)는 “웨델물범의 아델리펭귄 사냥 행동이 과거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아니면 기후변화 때문에 먹잇감이 줄면서 나타난 새로운 행동인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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