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과 관련, 11년전 닫힌 ‘금강산 관광’ 재개의 희망이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23일 최근 경색된 남북 분위기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대했지만 북한 김 위원장의 지시를 전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오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 금강산관광 관련 문구가 포함돼 기대감이 컸는데 또다시 악재를 만나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몹시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선대 회장 부터 30년간 이어온 사업이고 여러차례 난관도 겪어온 만큼 이번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북측으로 부터) 연락받은 것이 없다”면서 “북측이 남측과 협의하에 철수한다고 밝힌 만큼 일이 잘 풀리기를(금강산 관광 재개) 바란다”고 전했다.
금강산관광은 1989년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측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북한 당국과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8년 10월 정 명예회장은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면담,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에 서명했고 그 다음달인 11월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면서 역사적인 관광 개시를 알렸다. 이후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됐고 2005년에는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한 기념으로 KBS ‘열린음악회’가 현지에서 열리기도 했다.
2006년 농협 금강산지점 개소, 2008년 승용차 관광 개시와 금강산 골프장 완공 등 ‘순항’을 거듭하던 금강산관광은 그러나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으면서 중단됐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이듬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재개에 합의했고 당국간에도 재개를 위한 회담이 열렸지만 입장 차로 결렬, 급기야 2011년 금강산에 상주하는 남측 인원이 전원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관광 중단 이후에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현대그룹의 관광 시작 15주년 기념식 등이 열렸지만 관광객에게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2008년 7월까지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은 총 195만5951명으로 ‘200만명 달성’을 앞두고 중단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금강산 관광재개 희망이 생기면서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를 열었고 방북한 남측의 각계 인사들이 구룡폭포와 구룡연, 관폭정 등을 둘러보며 관광 재개를 기원하기도 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금강산 ‘우선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상황은 다시 비관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현대그룹은 지난 8월 고 정몽헌 전 회장의 16주기 추모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북측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