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초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산신항 부두의 크레인을 들이받은 사고는 선박이 평형수를 채우지 않아 프로펠러가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항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6일 15만t급 컨테이너운반선인 밀라노브릿지호(파나마국적)가 부산신항 부두의 크레인을 들이받으면서 크레인 1기가 완전히 부서지고 3기는 부분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액은 산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피해액이 3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5일 해수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중간발표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화물이 적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 평형수를 충분히 채워 넣지 않아 프로펠러의 약 3분의 1 가량이 수면 위로 노출된 상태로 부산신항에 입항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형수는 선박을 운항할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탱크에 채워넣는 바닷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박평형수를 채워 운항해야만 조정성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고 선박은 중국의 조선소에서 수리·검사를 마친 뒤 선박평형수가 10%만 채워진 공선상태로 부산신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선박은 프로펠러가 수면에 노출돼 조종성능이 제한된 상태에서 부산신항 2부두에 접안하기 위해 통상 6노트 내외보다 빠른 약 8노트의 속력으로 우선회를 하는 과정에서 선박이 부두 쪽으로 밀리면서 2부두 8번 선석의 육상크레인과 충돌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금까지 실시한 선박 운항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프로펠러가 100% 수면 아래로 잠긴 상태에서 운항했을 경우에는 선박의 조종성능이 향상되면서 사고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고 선박이 부두에 접근하는 속력을 사고 당시의 7~8노트보다 낮은 속력으로 감속했다면 부두에 접근하기 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