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스포츠카 6대 사서 자녀에게…국세청 24명 세무조사

박은하 기자
2016년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경주를 벌이다 경찰에 압수된 람보르기니 차량/경향신문 자료사진

2016년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경주를 벌이다 경찰에 압수된 람보르기니 차량/경향신문 자료사진

2세 경영인 ㄱ씨의 일가족 4명은 1인당 1대 이상인 총 6대의 고가 스포츠카(슈퍼카)를 몰고 다녔다. 이들 가족의 슈퍼카는 모두 16억원 상당이었다. 이 차량은 ㄱ씨가 회사 명의로 산 것이었다. ㄱ씨 가족은 차량 뿐 아니라 해외여행이나 명품 구입도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운영자 ㄴ씨는 80대 후반의 부모와 배우자, 자녀를 임직원으로 등록해 5년 동안 45억원의 급여를 지급해 왔다. 자녀가 유학가자 해외에 현지법인을 세워놓고 자녀를 임원으로 명의만 등록해 현지법인에 외환을 송급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로 사용하게 했다.

기업인 ㄷ씨는 13억원 상당의 스포츠카 2대를 회사 명의로 사서 전업주부인 아내와 대학생 자녀에게 사용하도록 했다.

8일 국세청은 대자산가 24명에 대해 회사 자산을 슈퍼카 구입 등 사적으로 이용하고 세금을 탈루해 온 혐의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족들이 사용할 고급 승용차나 용돈을 회삿돈으로 지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대상자 24명 가운데 9명이 법인 명의로 총 41대의 102억 상당의 고가 승용차를 보유했다. 조사대상자 15명이 전업주부인 아내나 학생인 자녀, 노모 등 친인척에게 허위로 지급한 급여는 1인당 평균 21억원에 달했다.

그 밖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매출을 누락시키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들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조사대상자들의 평균 재산은 1462억원으로 금융재산 52억원, 부동산 66억원, 주식 1344억원이었다.

국세청은 특히 법인 차량으로 위장된 스포츠카 구매에 주목했다. 대상자 24명 가운데 9명이 법인 명의의 스포츠카를 갖고 있었다. 이들이 보유한 스포츠카는 총 41대로 금액합계가 102억 원에 달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김상훈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수입차 용도별 등록현황(2013년~2018년 7월)’을 보면 이 기간 수입차 가운데 1억 원 이상 고가 차량의 76.0%가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돼 전체 수입차 가운데 업무용으로 등록된 비율(35.1%)의 2배 이상을 넘어섰다. 9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등도 회사 차량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의 차량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고속도로 통행료는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세금을 매길 때 과표산정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자가용을 법인 차량으로 구매하는 행위는 상법상 횡령범죄인 동시에 법인세 탈세가 된다. 임금을 허위 지급하는 행위는 법인세에 소득세, 증여세 탈루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최근 서울 강남, 이태원 등지에서 20대들이 고급 스포츠카를 끌고 클럽 등지에 나타나는 일이 많다는 제보를 듣고 이번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날 서울의 한 클럽 주자창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위장 법인차량을 이용한 탈세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부터 있었던 것에 비해 국세청이 늦게 움직인 면도 있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세무조사 건수는 대폭 축소하지만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8일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세무조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8일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세무조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법인 차량을 위장한 탈세 행태에 주목할 방침이다. 최근 4년 간 연매출 100억원 이상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사례에 딥러닝 기법을 적용, 분석한 결과, 해당 과표 100억원 이상 구간만 따져봐도 기업들의 평균 추징세액은 3억2000만원이었는데 슈퍼카를 보유하거나 사주일가에게 1억원 이상 급여를 지급한 기업들의 추징세액은 7억8000만원이었다. 슈퍼카를 보유한 기업들의 탈세 액수가 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국세청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하되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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