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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우려 노선 32개…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변수’ 되나

조미덥·박상영 기자

양사 통합 후 주요 노선 점유율 50% 이상…뉴욕 등 7개는 100% 달해

공정위, LCC에 일부 양도 고려…업계선 “독점 어느 정도 용인해야”

박상혁 의원 “슬롯 점유율뿐 아니라 운항편수 등 다각도로 검토해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늘어서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늘어서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한 국제노선 중 합산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은 3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발 LA, 뉴욕, 파리행 등 주요 노선이 다수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 심사에서 주요 노선의 독점 우려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경향신문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확보한 2019년 국제노선별 운항편수 점유율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의 국제노선 중 양사가 모두 운항 중(58개)이면서, 통합했을 때 점유율 50% 이상인 노선은 32개(22.4%)였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달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천공항 기준 양사의 여객 점유율이 38.5%”라며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는 전체 슬롯(공항의 한정된 이착륙 시간을 항공사별로 배분한 것) 점유율일 뿐 실제 노선별로는 독점 우려가 있는 노선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인천발 LA·뉴욕·시카고·바르셀로나·시드니·팔라우·프놈펜행 등 7개 노선은 양사를 합친 점유율이 100%에 달했다. 인천발 호놀룰루·로마·푸껫·델리행은 75%를 넘었다. 이번에 확인된 통계는 운항편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양사가 국내 공항에서 황금시간대를 점유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용승객 점유율은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대한항공에서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하고 심사에 착수했으며 핵심은 시장 획정 방법이다. 대한항공은 여객에서 국내선과 국제선으로 크게 나누는 방식의 시장 획정을 원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와 직항 외 경유 노선, 항공을 대체할 육로, 해상수단까지 포함하면 대한항공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시장이 클수록 통합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한국의 경쟁당국은 노선별로 시장을 획정한 경우가 많았다. 제주에 가는 사람이 부산행 비행기를 타진 않듯이 노선 간에 대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낸 보고서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항공사가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는 노선에서는 비계열사 LCC에 운수권이나 슬롯 등을 양도·조정하게 해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을 유도해 항공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공정위가 이런 식으로 결정을 내리면 LCC에는 황금노선을 운항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공정위도 노선별로 시장을 획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결합 심사에서 이스타항공이 회생불가라는 판단하에 결국 허가를 내주긴 했으나 청주~타이베이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노선별로 시장을 획정해야 한다는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봤다”며 “헬로비전이나 배달앱 기업결합 심사 때도 시장을 하나하나 나눠서 보고 경쟁제한성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항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시장은 세계적으로 열려 있고, 장거리일수록 환승 수요가 많기 때문에 국내 공항에서 독점이라고 해서 함부로 가격을 올리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업결합 취지가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허브 공항에서 대형 항공사의 독점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이 밖에 운항권을 넘기려 해도 LCC가 장거리 국제노선을 운항할 능력이 있는지, 한국이 따낸 외국 공항 이용권을 외항사에 넘기는 게 합당한지 등의 의문도 남아 있다.

공정위가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들의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 박상혁 의원은 “독과점 여부를 단순한 슬롯 점유율뿐 아니라 노선별 운항편수 점유율, 황금시간대 점유율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공정위가 항공산업과 국민 편의를 고려해 심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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