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쌀 제외 자급률 13% 그쳐 ‘최저’…40년간 23.8%P 감소
국제 곡물가 급등·수급 불안…곡물비축기지 건설 등 대비 필요
국내외 이상기후와 국제 곡물가 급등의 여파로 식량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해외 의존을 줄이고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지만 단시간에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이에 식량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해외 식량개발 사업 참여를 확대해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 69.6%에서 2019년 45.8%로 40년간 23.8%포인트 감소했다. 이 가운데 양곡 식량자급률은 2010년 54.1%에서 2019년 47.7%로 10년간 6.4%포인트나 떨어졌다.
양곡은 쌀, 보리, 밀, 옥수수, 콩, 감자류 등 식탁에 주로 오르는 곡물을 말하는데 이 가운데 보리를 제외한 나머지 양곡은 자급률이 모두 감소했다. 쌀은 생산조정제와 의무수입량의 영향으로 2010년 104.5%에서 2019년 92.1%로 12.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밀은 1.7%에서 0.7%, 콩은 32.4%에서 26.7%로 각각 자급률이 쪼그라들었다. 자급률이 90%를 넘는 쌀을 제외하면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은 각각 4.7%와 13%에 불과하다.
정부는 제2의 주식이자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을 시작으로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품질 향상을 통해 1%를 밑도는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자급률을 밀 10%, 콩 45%까지 끌어올리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문제는 자급률 상승 속도가 정부의 계획보다 더딘 데다, 급변동하는 위기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3년에 정부는 2022년 식량자급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가 2018년 목표치를 55.4%로 5%포인트 가까이 낮춘 바 있다. 더구나 2019년 식량자급률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어서 이 목표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식량 비축기지 건설이나 국내 기업의 해외 농업 진출 등 식량위기 대응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으로,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대규모 공공 곡물비축 창고인 ‘식량안보 콤비나트’ 건설을 정부에 제안했다. 석유 파동에 대비해 석유 비축단지를 조성한 것처럼 식량위기 시 초기 수개월 대응할 수 있는 공공부문 비축분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농업 진출을 보다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비롯해 해외 농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밀·콩·옥수수 등 11만t을 국내로 반입하며 곡물 수급 안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박성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상기후나 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전염병 유행 등 국제곡물시장 변동성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비축 강화와 해외 농업 진출은 물론 선도거래 확대, 선물 시장 진출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가능한 한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