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인 A사는 에어컨의 바람이 나오는 출구를 독특한 모양으로 디자인한 뒤 ‘부분디자인권’을 획득했다. 부분디자인권은 어떤 상품의 디자인 중 특징적인 요소가 있는 주요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부분디자인권을 얻기 전까지 경쟁업체들이 에어컨의 출구부분의 모양을 A사의 그것과 같게 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에어컨의 전체적인 형상이 다를 경우 디자인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분디자인권을 획득한 이후에는 경쟁사들이 더 이상 A사 에어컨의 바람 출구 모양을 모방할 수 없게 됐다.
이어폰 제조 업체들도 이어폰이 귀에 들어가는 부분 등 특정 부분에 대한 부분디자인권을 획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냄비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들도 부분디자인권 획득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특허청은 국내 기업들의 부분디자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부분디자인 출원 제도를 시행해 왔다.
특허청이 집계한 부분디자인 출원 건수를 보면 2011년 3771건에서 2020년 1만107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1.6%에 이른다. 전체 디자인 출원건수에서 부분디자인 출원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6.4%에서 2020년 14.1%로 2배 이상 확대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부분디자인권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하나의 디자인으로 여러 디자인을 출원하는 효과가 있어 매우 강력한 권리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원된 부분디자인을 분야별로 보면, 휴대폰이나 착용컴퓨터(wearable computer) 등 디지털 전자제품 등 전기 및 통신기계용품이 3322건(32.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활용품(1320건, 13.1%), 의복 및 신변용품(1161건, 11.5%) 등의 순으로 출원이 많았다.
부분디자인 출원이 많은 가장 많은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779건)와 LG전자(73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법인 중에는 구글(155건), 애플(148건), 나이키(140건) 등이 우리나라에서 부분디자인 출원을 많이 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성호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부분디자인 출원은 국내·외 주요기업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개인 디자이너나 중소기업들도 부분디자인 출원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