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 견디게 해…한계 선상 걸으라”
홍원식 회장 추정 녹취록 언론에 공개돼
남양유업 “육아휴직으로 부당인사 없어”
남양유업의 ‘오너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육아휴직을 낸 여성 팀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효과 과장 사태에 따른 회사 매각 결정을 번복해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SBS는 육아휴직을 낸 A팀장이 1년 후 2016년에 복귀하자 이전 업무와 관련 없는 단순업무를 부여받았다고 보도했다. A씨는 2017년 노동위원회에 부당 인사발령 구제신청을 냈고, 회사는 고양·천안 물류창고 등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고 SBS는 전했다. 이 과정에 홍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 지금 못 견디게 해”,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한계 선상을 걸으라 얘기야”라고 말한 음성 녹취 파일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홍 회장의 부당인사 의혹에 남양유업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남양유업은 다양한 여성 복지 제도 등을 운영하며 육아휴직 관련해 그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 및 부당한 대우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언론 보도에 나온 해당 직원의 육아 휴직 관련 주장은 고등법원에서 기각돼 현재 대법원에서 법적 판결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음성 녹취록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남양유업은 “대화 상대방을 비롯해 녹취 시기 및 앞뒤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없어 해당 내용과 관련된 사안인지 파악이 어려운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이사의 회삿돈 유용 의혹과 대리점 갑질, 경쟁사 비방,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허위효과 홍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과장 홍보 사건 후 소비자 불매운동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와 은퇴 발표 후 지분 매각 계획을 내놨으나 3개월여 만에 이를 번복했다. 매각 발표 후 81만원까지 폭등한 남양유업 주가는 매각 철회 후 40만원대로 폭락해 오너가 회사의 최대 리스크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 광고한 혐의에 대해 남양유업 전·현직 임원 4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금융당국은 해당 발표 후 주가가 급등락한 점 등을 토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