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자 대거 금융권, 로펌으로 재취업...금융사 '바람막이' 우려읽음

정원식 기자

금융감독원에 사표를 내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윤위) 승인을 받아 재취업한 4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1년8개월 동안에만 46명에 달했다. 퇴직자들의 상당수가 금융권과 로펌으로 재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감독당국 퇴직자들이 금융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를 막아주는 바람막이 구실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금융감독원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9월 사이에 금감원을 퇴직하고 공윤위 심사를 거쳐 재취업한 4급 이상 금감원 퇴직자들은 46명이다. 올해 사표를 낸 이들이 28명으로 지난해 퇴직자보다 많았다.

이 중 과반이 넘는 26명이 금융권에 취업했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권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권과 보험사가 각각 6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퇴직한 금감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조사역(2급)은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로 자리를 옮겼다. 카카오페이에는 올해 계열사 케이비보험서비스를 거쳐 이직한 금감원 출신이 1명 있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권 다음으로 많이 재취업한 곳은 ‘로펌’이었다. 46명 가운데 14명이 로펌으로 향했다. 김앤장과 율촌이 각각 4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이 3명이었다. 이어 태평양, 세종, 민주가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직원이 퇴직 이후 공윤위 심사를 거쳐 재취업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 할 수 없다. 다만 심사를 통해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재취업 기관의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재취업이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 퇴직자들의 금융 노하우가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이 갖고 있는 금융 전반에 대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서 “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대형화하는 추세라 경영 차원에서 조언을 받을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 퇴직자가 당국의 제재나 압박을 피해가도록 돕거나,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기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따르면, 금감원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 임원에 취임한 뒤 해당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효과는 없었던 반면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약 1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은 “금융사와 대형 로펌행을 택하는 금감원 퇴직자가 늘면서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기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감독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철저한 재취업 심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12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재취업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승인 비율은 2017년 26.3%, 2018년 36.5%, 2019년 38.1%, 2020년 46%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인사 적체가 심한 금감원에서 승진을 못 하더라도 정년을 채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들거나 금융기관 로비스트 등록제를 시행해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떤 로비를 했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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