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하나에 요동치는 가상자산…투자자 보호 뒷짐지고 과세만 먼저?

박상영 기자

양도차익 과세 가시화되자 논란

거래소 규제 등 관리 초기 단계

“불공정거래부터 막아야” 주장

야당, 시기 유예 법안 잇단 발의

내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앞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과세 시기를 1∼2년 미루는 방안과 가상자산 투자 수익을 ‘금융투자소득’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야당에서도 과세를 유예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과세에 앞서 시세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막고 투자자 보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말 한마디’에 널뛰는 코인 시세의 변동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라이트코인’의 경우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가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진 지난 13일 불과 20분 만에 가격이 30% 가까이 치솟았다가 급락하면서 고점 기준으로 35억8000만달러(약 4조1911억원)가 증발했다. 최근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플로키’라는 이름의 시바견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이름이 비슷한 가상자산 ‘시바플로키’가 하루 만에 5500%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 시장으로 알려진 한국에선 투자자 보호보다는 과세 움직임만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소득세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연간 소득 중 250만원을 넘는 금액의 20%는 기타소득으로 보고 2022년부터 과세할 예정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있는 데다, 세법상 상표권 등 무형자산은 양도소득 대상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가상자산 과세는 시기상조?

과세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 정비를 시작한 게 비교적 최근인 데다, 가상자산업 전반에 관한 규제 및 관리 법안 논의가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1~2년 연기하자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5월 경제학자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과세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답했지만 ‘투자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44%에 달했다. 이들은 “투자자 보호와 과세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득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가상자산을 화폐, 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는 등 투자자 보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적 기준 자체가 모호한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 공정위가 불공정 조항에 대해 바꾸도록 명령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수정할지 명령할 권한은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위의 조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상장 폐지를 비롯해 이용계약 중지·해지 및 서비스 이용 제한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의 설명 의무와 약관 제·개정 시 보고 및 공시 의무, 안전성 확보 의무 등을 규정한 법률안이 발의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업자의 의무에 대한 법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은 금융소득?

“기타소득이냐 자본소득이냐”
투자수익 분류 방안 놓고도 이견

가상자산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가상자산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술품 거래 같은 우발적, 일시적 소득에 부과하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위험 측면에서 주식 투자에 더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주식 투자와 비슷하다고 볼 경우, 기본공제 금액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오르고 결손금에 대한 이월공제도 최대 5년까지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자본소득으로 보고 과세하는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미국은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을 증권과 같은 자산으로 분류하며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 한도 내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초과하면 이월할 수도 있다. 투자 기간에 따라 과세율도 다르게 적용한다. 1년 미만이면 10~37%, 1년 이상이면 15~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영국과 프랑스도 자본소득으로 인정하고 과세한다. 독일은 기타소득으로 보고 최대 45%의 세율을 부과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조세연구포럼 하계학술대회에서 “가상자산의 차익은 계속·반복적으로 매매하는 사업소득에 가깝고 현실적으로 주식 등의 매매와 유사하다”며 “가상자산을 신종 금융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전제로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하는 합리적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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