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지표 일제히 하락, 경기 둔화세 본격화?

2021년 8월 산업활동동향/통계청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코로나19 4차 확산 영향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3개월 만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원유·물류·식재료 등 물가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둔화를 비롯한 대외악재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둔화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8월 산업생산 지수는 111.8로 전월보다 0.2% 줄면서 7월(-0.6%)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다. 반도체 특수에도 광공업 생산이 전월대비 0.7% 줄었다.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대비 8.0%포인트 뛴 112.3%로, 지난해 5월(8.8%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경기 수축국면에서는 출하되지 못한 재고가 쌓이며 재고율이 상승한다.

서비스업 생산도 0.6% 줄며 3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사적 모임·영업 제한 등으로 숙박·음식점(-5.0%)과 도소매(-0.9%) 업종이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도 0.8% 줄며 2개월 연속 줄었고,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도 줄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류와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줄면서 전월대비 5.1% 감소했다.

경기 전망도 어둡다. 제조업 재고율 상승으로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하락해 102.4로 집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1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8월에도 2개월째 내렸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가운데 전산업 업황지수는 84로 전월(87)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다음달 전산업 업황전망지수도 86으로 전월(87)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공급병목 현상이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국 경기도 부진한 모습이다. 9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수가 위축 국면 기준선인 50 밑으로 떨어지기는 1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도 공급망 차질로 반도체 등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8월 산업생산이 3.2% 감소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경계감도 경기부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코뿔소’와 같은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4%라지만 지난해(-1.0%)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체감경기는 여전히 침체상태”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물가가 계속 오르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을 쓰기 어려워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3%) 성장률 전망치 모두 잠재성장률보다 높고,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높다고 하기 어려운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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