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병목에 인플레 내년까지 간다” 각국 중앙은행 경고읽음

이윤주 기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일제히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공급망 병목현상, 에너지가격 상승이 심각해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대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통화정책으로 공급 측면의 물가를 관리하기가 어려운데다, 코로나19 전개에 따라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어서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콘퍼런스에서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당황스럽다. 상황이 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같은 행사에서 “지난 몇 달간 겪은 공급망 병목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ECB가 임금 인상 등 2차 혼란 가능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기업들이 수요 급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상황이 완화될 조짐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요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이같은 태도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던 기존의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태도가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니 정책대응할 필요없다’에서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7%에서 5.9%로 하향 조정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3.0%에서 3.7%로 크게 올렸다. 최근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크게 조정을 받은 것도 연준의 긴축 가능성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관리에 통화정책은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고 트럭 운전사를 확보할 수 없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당초 주요국은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물가도 관리 수준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강화 등으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망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화물 선적과 하역이 크게 느려진데다, 유럽의 그린플레이션(친환경정책에 따른 에너지가격 급등)과 중국의 전력난으로 물가·성장에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에너지 공급 충격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 세계경제에 하방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코로나19 4차 유행 국면을 지나면서 향후 고용, 성장이 어느 정도 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가 정책 대응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1년 사이에 치솟은 해상운송 비용이 6~12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물가상승 전망이 상향인 것은 분명하나 성장에 대한 기대도 양호한 편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 논란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에도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준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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