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는 담합해도 괜찮다? 해운법 개정안 논란

박상영 기자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연합뉴스.

해운사들이 담합행위를 저지르더라도 공정거래법으로 처벌받지 못하게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맞서고 있다. 그간 암묵적으로 허용돼온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공정위가 운임료 담합으로 규정하고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예고하면서다. 해운업계는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정 산업만 공정위의 조사를 피해가도록 할 경우 경쟁법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관계부처 취재 결과, 해운법 개정안은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일단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의원들이 해운사 담합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에서 더 나아가 공정위에 통보하는 것조차 막도록 결론이 나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앞으로 담합을 조사할 때마다 사건무마 입법 시도가 계속돼 결국 규제제도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은 “공정위가 조사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듣고 보완할 부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해수위 의원들은 “개정안의 취지 자체가 공정위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운임 등의 협약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에 알리도록 하는 개정안 조항을 삭제했다. 또 ‘해운사가 부당하게 운임이나 요금을 인상하거나 운항 횟수를 줄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해수부가 협약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 공정위에 통보해야 한다’는 원안 조항도 삭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운법에 언급된 공정위란는 단어 자체를 모두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번 해운법 개정안은 한국·동아시아 노선에서 가격담합을 한 국내외 23개 해운업체의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들 선사에 도합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한 상태다. 당초 개정안은 개정 해운법이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했지만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고 이미 신고된 협약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바뀌었다. 공정위가 이르면 내달 전원회의를 열고 심사에 착수할 예정인 만큼 사실상 소급입법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지금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해외(경쟁당국)에서 오늘 내일 조사가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징금이 부과되면 선사들이 배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물류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러 상황을 참작해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음에도 제재 자체를 무효화 하는 것은 지나친 보호라는 주장도 나온다. 농해수위에서도 “선사들의 이익을 법률로 보장해 주는 만큼 선사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어떻게 국가 이익으로 같이 환수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는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절반 넘게 깎아줄 수 있다. 이황 고려대 교수는 “해외 해운업체의 담합을 허용하는 문제로 이어져 운임료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소급 적용을 허용하게 되면 반발하면 제재를 백지화하는 잘못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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