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온라인 거래 피해 급증에도 잠자는 임시중지명령제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온라인 사기 판매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임시중지명령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관계부처와의 입장 차이로 법안은 제동이 걸렸다.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처럼 입점업체가 피해를 끼친 경우, 플랫폼 업체에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4일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임시중지명령제도가 도입된 이후 실제 작동한 사례는 단 1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중지명령제도는 거짓·과장 광고나 환불 거부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공정위가 제재절차애 착수하기 전 상품 판매·광고를 임시로 중단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2016년 모든 온라인 거래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지만, 2017년 소비자 환불 요청을 거부하고, 연락두절 사례까지 빈번했던 온라인쇼핑몰 접속을 차단한 경우가 유일했다.

공정위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동안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면서 관련 피해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온라인 거래 등에서 표시·광고, 청약철회 등으로 피해가 접수된 사례는 최근 5년간 1만2982건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상품권인 머지포인트 환불 중단 사태로 관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머지플러스는 오픈마켓 7개를 통해 2018년~2021년 8월까지 2973억3000만원의 상품권을 판매했지만 현재까지 환불금액은 판매액의 1%에 그친다. 송재호 의원은 “공정위는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이 큰 피해를 초래하는 통신판매사업자에 대해 임시중지명령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선제적 발동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위는 임시중지명령제도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여타 사안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규제 중복 문제 때문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개정안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임시중지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임시중지명령제는 사실상 일반적인 제재 절차와 큰 차이가 없어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임시중지명령제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에도 연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일부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판매한 것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지만 현행 규정에서는 별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무위 관계자는 “소비자는 온라인 플랫폼 자체의 인지도 등을 신뢰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플랫폼에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자기 책임원칙에 부합하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 머지플러스 공정위 임시중지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