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하는 대외악재, 경기회복 주춤해지나

이윤주 기자

코로나19 충격 이후 반등하던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공급망 차질 충격, 중국의 전력난과 ‘헝다’발 부동산 리스크 등 대외악재가 겹치며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는 상황에서 각종 지표도 지난해 하반기 기저효과와 맞물려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보면 올 하반기 들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둔화하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 순환변동치는 꺾인 것으로 나타난다. 올 9월 수출액은 558억3000만달러로 무역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56년이래 65년만에 가장 많은 월 수출액을 기록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6.7%로 8월 증가율(34.8%)에서 반토막났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증가율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성장을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면서 “지금부터는 상승의 둔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이 코로나 백신 보급에도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쓰이는 선행 순환변동치는 지난 7~8월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전세계의 공급망 차질에 에너지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국제금융센터는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제한, 공급망 교란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를 중심으로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베트남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하면서 사상 최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전력난과 헝다그룹 사태 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성장이 악화할 경우 한국을 비롯, 전세계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대형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민간 전력 수급도 불안정하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노무라증권은 8.2%에서 7.7%로, 골드만삭스는 8.2%에서 7.8%로 낮췄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의 25.9%를 차지한 최대 교역국으로,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전체 수출의 4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역시 중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으로 보기 때문에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공급망 차질과 맞물려 물가급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정책 대응방안은 마땅치않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7.62달러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도 12월물 기준 배럴당 82.0달러까지 올라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성 교수는 “올 초까지만해도 식료품 정도에 국한되던 물가 오름세가 지금은 전방위로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4%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재정정책과 해외 수요 확대에 힘입은 바 큰 것이어서, 국민들에 체감하는 경기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3000선이 무너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김기남 기자

코스피 3000선이 무너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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