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누리호, ICBM과 상관없어···전술핵 도입은 북한에 면죄부 주는 셈”

김찬호 기자
경향신문은 한국의 외교안보, 경제, 군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분석’, ‘다음 정부를 위한 정책 제안’ 등을 담은 연속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플라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외교안보에는 좌우가 없다’는 원칙하에 다양한 진단과 대안을 가감없이 실을 예정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겠습니다.

로켓 전문가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 김기남 기자

로켓 전문가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 김기남 기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는 한국이 우주개발 시대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의미가 있다.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국내 항공우주 관련 기업 300여곳이 참여해 설계·제작·조립·시험·발사 운용 등의 전과정을 국내 기술로 수행했다. 시험발사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우주강국을 의미하는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으로 분류될 수 있다. 독자적으로 ‘인공위성(무궁화위성 등)’, ‘발사장(나로우주센터)’, ‘발사체’ 등을 모두 갖춘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누리호 발사의 의미가 미래 우주개발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미래 가능성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발사 기술을 확보했다는 현실이다. 이는 누리호가 경제, 외교안보 사안으로 읽힐 수 있다는 의미다. 발사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한다. 하지만 해당 논의들에는 사실과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가 혼재돼 있다. 이를 분별하지 않으면 ‘누리호’를 둘러싼 잘못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플라자 프로젝트’ 4회는 ‘한국의 발사체 기술과 안보역량’을 주제로 로켓 전문가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 교수는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전략표적타격(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한 전문가다. 그와 발사체 기술부터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역량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11일 한국항공대에서 진행했다.

-‘누리호’ 발사 어떻게 평가하나.

장영근(이하 ‘장’) “누리호가 성공하면 세계 7번째로 독자 발사체를 확보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10번째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는 크든 작든 인공위성을 발사한 국가는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을 포함한 9개 나라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가 10번째가 된다. 그런데 앞에 언급한 3개국은 소형 발사체로 100~400㎏ 정도의 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1t급 이상의 위성을 발사한 나라만 따지면 우리가 7번째가 된다. 누리호 발사는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우주로 갈 수 있는 운송수단이 생긴 셈이다. 앞으로 상용화까지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야 한다.”

지난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인증모델(QM). QM은 실제 우주로 발사될 비행모델(FM)과 형태와 기계적 특성이 같은 기체로, 다양한 시험에 이용된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인증모델(QM). QM은 실제 우주로 발사될 비행모델(FM)과 형태와 기계적 특성이 같은 기체로, 다양한 시험에 이용된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체 확보는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데 이는 어떻게 보나.

“궁극적으로 한국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연결된 것 아니냐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웃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미사일 개발 기관도 아니고 ‘누리호’와 군사적 상관관계를 찾기도 어렵다. 위성 발사에 이용되는 발사체를 먼저 개발하고 미사일로 전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누리호는 행성 간 탐사를 시작하는 우주개발 관점에서 찾아야지, 그 외에서 찾는 것은 목적을 혼동하는 것이다.”

-위성 발사와 미사일 발사의 작동원리가 다른가.

“그렇지는 않다.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기술적으로 전용 가능하다. 문제는 연료 추진제에서 발생한다. 최근의 발사체들은 ‘액체수소 연료’와 ‘액체산소 산화제’를 사용해 성능을 높인다. 그런데 이러한 극저온 액체추진제 엔진을 사용하는 발사체는 미사일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탄도미사일 발사 전에 액체추진제 주입을 하려면 긴 시간이 소요된다. 지하벙커에서 연료 및 산화제 주입을 하지 않는 한 선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고체추진제는 미사일 동체 내에 탑재된 상태로 있어 최소의 준비시간으로 언제든 발사 가능하다. 그래서 미사일에는 고체추진제 모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누리호는 상온에서 저장 가능한 케로신(등유) 연료와 발사 직전까지 영하 183도를 유지해야 하는 극저온 액체산소 산화제를 사용한다. 미사일로 전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누리호’ 발사는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나.

“발사서비스 사업이 가능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국내외 인공위성 발사 시 발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득을 얻는 형태다. 이를 위해서는 발사체 시험발사가 최소 5번 이상은 성공해야 하는 등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 발사의 저비용화도 중요하다. 일본은 성능 좋은 발사체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미 성공한 지 오래됐지만 경제성 확보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미쓰비시에 발사체 기술을 공유해 줬지만 상업화가 잘 안 된다. 이와 대비되는 행보로 미국의 민간 우주 업체인 스페이스X가 있다. 1단 로켓 엔진을 재사용해 발사 비용을 낮추고 있다. 우리도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누리호를 두고 북한은 ‘이중잣대’라고 하지 않겠나.

“북한은 왜 자신들의 시험발사만 제재하느냐는 것인데 경우가 다르다.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개조해 위성발사체로 전환한 경우는 많지만 역으로 위성발사체를 개발하고 이를 탄도미사일로 개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리호가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쓰는 위성발사체라는 것은 군사 미사일로 쓸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액체로켓엔진 기술과 단 분리 기술은 추후 미사일 기술로 활용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ICBM 등의 미사일과 곧바로 연결짓는 건 과도하다. 북한은 전형적으로 미사일을 먼저 개발하고 위성기술로 전용한 사례다. 과거 장거리미사일로 개발한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하는 데 제약이 있자 이를 평화적 목적의 위성발사체로 개조해 수차례 발사했다. 우리 사례와는 다르다.”

[플라자 프로젝트④]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누리호, ICBM과 상관없어···전술핵 도입은 북한에 면죄부 주는 셈”

-북한이 밝힌 ‘극초음속 미사일’이야말로 문제 아닌가.

“북한은 극초음속의 속도를 얻기 위해 1단 부스터로 백두산 엔진을 장착한 액체추진제 미사일을 사용하고 2단에는 대기 중 비행이 가능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체를 탑재했다. 1단 부스터로 상승한 후, 극초음속으로 하강하면서 활공 및 불규칙한 상하 기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에서 탐지한 결과, 이 미사일은 정점고도가 30㎞ 수준이고, 대략 마하 2.5~3 정도의 비행속도를 보였다. 데이터가 맞다면, 두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극초음속 비행체라고 할 수 있는 마하 5 이상의 속도에 다다르지 못해 실패했거나, 극초음속을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닌 활공 및 상하 기동 같은 극초음속 비행체의 특성을 시험해본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은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어떤 상황인가.

“북한은 투 트랙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을 목표로 한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ICBM이다.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을 위협해 억제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ICBM을 고각발사해 한국을 위협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무기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1단 부스터로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을 쓰는 만큼 저각발사를 통해 한반도 및 일본의 미군기지 등을 노릴 수 있다. 또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KN-23)도 있다. 고도 40~50㎞에서 정점을 찍고 탄도비행 궤적으로 하강하다가 30~20㎞ 지점부터 활공을 통해 요격을 회피할 수 있다. 이때 속도가 마하 7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한국의 대응체계는 어떤가.

“한국은 킬체인, KAMD 및 대량응징보복(KMPR)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킬체인은 발사 전 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개념이다. 말은 그럴듯한데 문제는 북한 전 지역에서의 발사징후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능력이 있는가이다. 북한 전역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움직일 때 이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수백기의 인공위성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KAMD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 미사일로 잡겠다는 것인데 PAC-3(패트리어트미사일), M-SAM(중거리지대공미사일) 및 L-SAM(장거리지대공미사일)으로 구성된다. 현재 철매2(M-SAM)의 전력화가 진행 중이지만 L-SAM은 개발 상태이고, PAC-3는 미국으로부터 아직 도입하지 못했다. 설사 KAMD가 완성된다고 해도 북한과의 거리상 저고도로 비행하면 현실적으로 잡기가 어렵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량을 고려할 때 모두 요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대안으로 KMPR을 제안했는데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면 우리가 사후 보복응징하는 개념이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지하벙커까지 뚫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KMPR은 전술핵 수준의 고위력 탄두를 개발해 대응한다는 것인데 물리적 힘은 모르나 핵이 갖는 열, 폭풍, 방사능과 같은 파급피해는 없다. 실질적으로 핵 억제기능을 하면서 상호 공격을 방지하는 ‘공포의 균형’을 이루느냐 하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전술핵 도입을 주장한 대선주자도 있다.

“직접 핵무기 개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 전술핵을 가져다놓자는 것인데 한반도에 배치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 운영은 미국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술핵을 들여오면 북한의 핵보유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북한에 핵보유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비핵화 협상도 하기 어렵다. 핵 공유 이야기도 있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전술핵과 똑같은 상황이 된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고 밝힌 반항공미사일(왼쪽).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 모습.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고 밝힌 반항공미사일(왼쪽).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 모습.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렇다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킬체인을 구축하는 무기 도입에 50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이 책정돼 있다. 킬체인 구축을 구실로 각 군이 앞다투어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있다. 실시간 발사징후 탐지가 거의 어려운 상황에서 각 군이 무기체계만 챙기는 형국이다. 대안으로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발사 전 교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된 후 막는 라이트 오브 런치(Right of Launch·발사 후 방어)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주요 전략으로는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이 있다. 미사일에는 유도항법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데 이를 해킹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EMP의 경우에는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전기 및 통신 시스템을 마비시켜 무력화하는 방안이다. 인명 살상을 최소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핵미사일은 비대칭 무기이지만 레프트 오브 런치 체계는 ‘역 비대칭 무기’가 될 수 있다. 미국도 이러한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우리도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발사 전 교란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적용해 군사적 효율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기술이 발달한 곳은 민간기업이다. 우리는 국방 기술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모든 것을 주관하는데 이러한 체제로는 혁신이 어렵다. ADD 독점체계에서 민간기업이 무기 개발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역할 분담이 되지 않으면 국방혁신을 이룰 수 없다.”

-다음 대통령에 조언한다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다.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가장 좋은 선택지는 정치외교적으로 푸는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우리가 군사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남는다. 세계 규범상 핵무기 개발은 어렵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에 핵이 늘어나는 것이 정말 우리를 위한 것인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을 위한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처럼 국방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육해공·해병대 합동군 차원에서 전략을 짜고 신무기체계로 혁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경항공모함 도입이 논의되는데 이게 우리 미래 국방에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이미 100년이 넘은 구식 전쟁 플랫폼이다.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때는 구식 플랫폼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국방혁신을 통해 어떻게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핵탄두가 없는 상태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가 어떤 의미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국방 패러다임을 바꾸는 세상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구식 플랫폼만 고집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전력을 보여주려는 시도보다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