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영업 통계, 행간에 숨은 것

김원진 기자
코로나19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의 서울 마포구 가게에 추모 꽃다발과 메모들이 놓여 있다. / 한수빈 기자

코로나19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의 서울 마포구 가게에 추모 꽃다발과 메모들이 놓여 있다. / 한수빈 기자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을 둘러싼 잡음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평균 손실액에 보정률 80%를 적용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손실액 전액(100%)을 보장하라”고 반발한다. 매출 기준으로 손실액을 계산하다 보니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지만, 매출 감소는 어느 정도 막은 자영업자들은 제대로 보상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손실보상액 지급 시에도 코로나19 국면에서 발생한 피해를 파악하려면 통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국세청 소득세 통계나 신용카드 사용 추이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추정할 수 있지만, 통계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자영업자 피해 추정액 계산처럼 간혹 함정이 나타난다. 통계에 미처 담기지 못한 현실도 있다.

■처음부터 잘못된 계산

손실보상법을 두고 정부와 자영업자 사이 간극은 출발부터 컸다. 지난 5월 25일 국회에서는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가 열렸다. 헌정 사상 네 번째 입법청문회였다. 정부는 이날 매출에서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뺀 영업이익 감소분을 1조3000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정비용까지 감안하면 3조3000억원 정도 손실이 난다고 봤다. 67만개 사업장에서 2020년 8월부터 6개월간 발생한 피해액을 추산한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숫자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떠올리게 했다.

여야 의원들 모두 “현실성 없는 숫자”라고 비판했다. 손실 규모가 적게 잡힌 이유 중 하나로 계산식의 오류가 꼽힌다. 산술적으로 매출보다 재료 매입비,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커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적자다. 예를 들어 매출이 600만원 나왔고 재료 매입비, 임대료와 인건비로 700만원이 쓰였다면 100만원 손해다. 입법청문회에는 2019년 12월 영업이익 800만원을 냈다가, 2020년에는 매달 평균 적자만 700만원씩 내는 자영업자 A씨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2019년 영업이익률을 적용해 손해액을 산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매해 영업이익률을 추정할 수 있는 수치(단순 경비율)를 공개하는데, 피해액을 산출하면서 2019년과 2020년 같은 영업이익률을 적용했다. 이때 영업이익률은 모두 ‘0’보다 커서 적자, 그러니까 ‘마이너스’ 영업이익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이 계산식에선 매출이 5만원뿐이어도 반드시 수익을 가져간다. 현실은 다르다.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적자를 기록한 A씨의 가게만 봐도 2020년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다. 매출은 줄었는데 인건비·임대료와 같은 고정지출 비용은 거의 줄지 않아서다. 적자가 포함되지 않은 정부 계산식은 자영업 피해를 실제보다 적게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자영업 통계, 행간에 숨은 것


■‘매출 방어’라는 함정

코로나19 이후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자영업 전반에서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은 숫자로 확인된다. 한국신용데이터가 80만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중구는 2021년 8월 23~29일(34주차)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45% 줄었다. 상업시설이 밀집된 서울 마포구나 서초구의 사업장 또한 같은 기간 매출이 44%씩 줄었다. 보통 통계는 직전 연도의 같은 기간과 비교를 하는데, 코로나19가 2020년 1월부터 퍼졌기 때문에 2019년과 2021년을 대비해 봐야 한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숫자로 드러나는 매출 하락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근거로 ‘매출 방어’를 든다. 매출 방어란 말 그대로 매출 하락을 막는 각종 조치와 시도를 포함한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배달과 포장을 시작한 자영업자가 대표 사례다. 배달을 시작하면 일회용 용기 비용과 배달앱 수수료가 추가로 들어간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햄버거집 B사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이전 한달 매출은 못 해도 5000만원씩 나왔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어서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를 빼고 20%(1000만원)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남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출은 매달 3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직원 4명을 줄이지 않으려면 매출을 유지해야 해 배달에 나섰다. 배달로 발생한 매출은 한달에 평균 2000만원 수준. 겉보기에는 배달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배달 매출의 20%는 수수료로 빠졌다. 일회용기 비용도 들어갔다. B사는 “영업이익과 배달수수료가 사실상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배달수수료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매출 하락은 방어하지만 영업이익 감소는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영업자 손실보상 산정은 매출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2019년 8월 일평균 매출과 올해 8월 일평균 매출을 비교하는 식이다. 매출 방어를 한 곳이어도 영업이익 감소가 클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동주 의원은 “코로나19와 거리 두기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단순히 매출 감소로만 따질 수 없다. 더 많이 일해 최대한 매출 감소를 방어하려 애쓴다. 통계 숫자는 이러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줄어든 음식점 폐업, 늘어난 창업?

요식업은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이 가장 크다고 여겨지는 대표 업종이다. 이동주 의원실이 한국신용데이터에서 받은 ‘요식업 매출 대비 임대료 지수화(매출/임대료)’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월평균 ‘10’을 넘었다. 매출이 클수록 지수도 커진다. 가령 매출 1000만원에 임대료가 100만원이면 지수가 10이고, 매출 500만원에 임대료가 100만원이면 지수가 ‘5’다.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한 번도 지수가 ‘10’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정된 임대료에 비해 매출 감속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식업 창업·폐업 추이는 어땠을까. 코로나19 국면의 폐업률을 들여다본 연구는 조금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4월 펴낸 ‘코로나19 확산이 서울지역에 미친 경제적 손실’ 보고서를 보면, 2020년과 2019년 서울시 음식점업의 폐업률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음식점업의 연평균 폐업률은 2020년 0.02%포인트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폐업을 했을 때 갚아야 하는 대출금 부담으로 폐업신고를 하지 않아 ‘휴업 상태’로 버티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봤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 7월 월간 ‘노동리뷰’ ‘코로나19로 변화한 생활인구와 음식업 창·폐업 행태: 서울시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에서 분석한 결과도 유사하다. 2020년 음식점업 폐업수는 2019년에 비해 3.3% 줄었다. 그러다 올해 1~5월은 음식점업 폐업업체 수가 2019년 1~5월에 비해 2.9% 늘었다. 같은 기간 창업은 4.2% 늘어 폐업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연구원은 2021년 1~5월 음식점 창업이 주요 상권(-4.0%)에서는 줄어들었지만, 상권 외 지역(19.7%)에서 대폭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특히 골목상권에서는 소규모 음식점의 창업 증가폭(15.4%)이 컸다. 연구진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골목상권 소규모 가게 창업이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외식 패턴이 변화된 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소규모 점포 위주의 창업 증가를 긍정적인 신호로 보긴 어렵다. 소규모 창업이 코로나19에 대응한 궁여지책의 생존전략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만2000명 늘었다. 이른바 ‘나 홀로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직원 고용 없이 배달앱을 이용해 장사하는 소규모 점포 자영업자들이 포함된다.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4만8000명 줄어들었다. 2018년 12월 이후 34개월 연속 감소세다. 자영업 환경이 좋지 않아 인건비 등 고정지출을 줄이려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자영업 통계, 행간에 숨은 것


■‘평균’보다 더 아플 수 있다

자영업은 균일하지 않다. 업종도 다양하고, 지역별로 피해 정도도 다르다. ‘주변 가게를 보면 코로나19 때도 여전히 잘 버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피해는 몇몇 사례만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한국신용데이터 매출 통계를 보면, 2021년 28주차(7월 12~18일) 서울지역 자영업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69% 수준이었다. 2019년 28주차에 1000만원을 벌었다면, 올해는 같은 기간 690만원밖에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수도권인 경기(66%), 인천(64%)의 매출 하락폭도 컸다. 반면 같은 시기 부산(95%)의 매출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정도 차이와 휴가철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7월 12일부터 수도권에 오후 6시 이후 2명만 모일 수 있게 했다.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제한 인원에서 빼주는 인센티브 적용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 안에서도 매출 편차가 선명했다. 올해 27주(7월 5~11일)와 28주(7월 12~18일) 사이에는 상업시설 밀집지역과 거주지역이 입은 매출 타격이 달랐다. 2019년 대비 2021년 27주와 28주의 매출을 보면, 업무시설이 몰린 서울 종로(71→46%)와 중구(68→45%)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서울 성북(73→61%), 강북(68→56%), 은평(71→60%)은 그나마 매출 감소가 적은 편이었다. 대부분 타격을 받았는데, ‘더 아픈’ 자영업자와 ‘덜 아픈’ 자영업자가 나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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