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표류…해운업계 운임 담합, 연내 제재 물 건너가

박상영 기자

동남권 표심 의식, 정부는 미적·후보들 언급 자제…선거 뒤로 미뤄질 듯

공정위 심사보고서엔 ‘과징금 8000억’…제재 이뤄져도 대폭 삭감 관측

한국·동아시아 노선에서 운임료를 담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국내외 23개 해운업체에 대한 연내 제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 가로막혀 사건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다음달 해운업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전원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피심인인 해외 해운업체 관계자가 전원회의에 참석하려면 자가격리 기간 등을 감안해 약 한 달 전에는 미리 알려야 하지만 공정위는 아직 사건 관련 일정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월에도 주요 사건의 심의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공정위 내부에서는 연내 상정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는 2023년까지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법상 이미 상정된 사건에 대해서는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밖에 종결할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가 끝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전원회의를 열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심사보고서에는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해운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상정되더라도 과징금 규모가 대폭 감경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국무조정실도 움직임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동남권 표심이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정부가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대선 후보들도 공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이 끝날 때까지 장기간 사건이 표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해운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으로, 해운법에 담합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공정위가 나서는 것은 월권이라는 정치권 공세가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해운사 담합을 공정위가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통보까지 막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수부는 미국 연방해사위원회의 경우, 신고한 담합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며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사들이 개별적으로 협상을 통해 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함에 따라 2000년 이후 신고된 담합 건은 없다. 제재를 하지 않는 조건도 신고한 사건에 국한된다. 미국·일본 경쟁당국은 신고하지 않은 공동행위 등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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