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 정규직 전환’ 악용해 임원 성과급 잔치읽음

윤지원 기자

공공기관 51곳, 파견·용역직 정규직화 위해 자회사 58개 설립

48곳이 모회사 ‘낙하산’ 대표…한전·인천공항공사 등 수억 지급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화 방침을 이행한다며 자회사를 만든 뒤 모회사 출신 임원에게 최대 1억원의 고액 성과급을 챙겨준 회사가 3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가 공공기관 낙하산 자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 총 51곳이 파견·용역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자회사 58개를 설립했다. 이 중 48곳의 대표이사는 모기업 임직원 출신이었고 고액 기본급에 성과급까지 얹어주는 자회사도 39곳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1~3위는 모두 한국전력 자회사였다. 검침 업무를 주로 맡는 한전MCS는 기본급 1억1864만원과 성과급 1억582만원을 합친 2억2446만원, 경비 및 청소 노동자가 소속된 한전FMS는 기본급과 성과급이 각각 1억660만원으로 총 2억1320만원, 고객센터 업무인 한전CSC는 기본금 1억700만원에 성과급 9630만원을 합친 2억330만원을 대표들에게 지급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도 고액 임금과 성과급을 보장했다. 환경미화 직원들이 소속된 (주)인천공항운영서비스 대표는 지난해 성과급 7136만원을 포함해 총 1억8743만원, 공항시설 관리 직원들이 소속된 (주)인천공항시설관리 대표는 성과급 5690만원을 포함해 1억7298만원을 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청소 업무를 맡는 자회사 캠코시설관리 대표는 성과급 5000만원 포함 1억3000만원을 받았다. 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이 1억원 이상인 곳도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수납, 콜센터,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2곳의 대표이사 기본급은 1억3000만~1억5500만원에 달했다.

자회사들의 성과급은 자의적인 자체 규정을 따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자회사 (주)케이워터운영관리는 성과급 4699만원을 줬는데 이는 ‘세부사항은 인원 경영 계약으로 정한다’는 포괄적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을 감독하지만, 자회사 성과급에 대해서는 법령상 감독 권한과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노동부도 정규직 전환 이행 여부만 살피고 있다.

자회사 대표들이 고액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동안 직원들의 노동환경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상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전MCS 지부장은 “기존 용역회사에 있을 때와 비교해 임금은 단 4% 오른 반면 1인당 검침 매수가 월 5000에서 6600까지 늘며 노동강도가 훨씬 세졌다”며 “회사는 직원을 혹사시켜 25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직원들 처우 개선에는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자회사 성과를 소속 청소, 경비 등 노동자 처우 개선에는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모회사 출신 임원에게 고액 성과급과 연봉을 주는 것은 자회사 설립 목적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할 때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설립으로 우회하는 점도 문제다. 지난 6월 기준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공공기관 파견용역 직원 총 7만5991명 중 65.7%(4만9821명)가 자회사로 빠졌고 직접고용된 사람은 33%(2만4737명)에 그쳤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공공기관이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택하는 것은 노동 관련 각종 책임의 꼬리를 자를 수 있기 때문으로 목적 자체가 위법성이 있다”며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기 때문에 모기업이 단체교섭 의무를 거부해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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