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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도시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모습일까? 두바이엑스포에서 만난 지구의 미래

두바이|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노정연 기자

지난 1일 ‘2020두바이월드엑스포’가 18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한 이번 엑스포는 5년마다 한번 열리는 ‘등록 엑스포’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처음 열렸다. 중동의 경제 중심지 두바이에서 열리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400개 규모의 크기로 조성된 엑스포 전시장에는 총 192개국이 참가해 곧 다가올 인류의 미래를 그렸다.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1년 연기됐기에 공식명칭에 ‘2021’이 아닌 ‘2020’을 사용했다. 지난 22~23일 이틀간에 걸쳐 찾은 전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낮기온이 40도에 육박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바이월드엑스포.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노정연 기자

엑스포에 참가한 192개국은 ‘모빌리티’ ‘기회’ ‘지속가능성’이라는 세가지 주제 중 하나를 골라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관을 세웠다. 전시관들이 품은 콘텐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엑스포 전체를 관통한 주제는 단연 ‘친환경’과 ‘탄소중립’이었다. 상당수의 전시관들이 폐플라스틱 등 버려지는 재료를 건축재료로 활용하거나 재생에너지, 태양광 자가발전을 이용해 전시관을 운영하는 등 그 자체로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축구장 400개 규모, 사막 위에 세워진 ‘탄소중립’ 실험장

두바이엑스포 시설의 50%는 태양열과 지열로 생산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작동한다. 덕분에 전시장 곳곳에서 탄소중립이 실현된 도시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태양광 패널로 지어진 건물들, 전기로 움직이는 이동수단과 자율주행 로봇, 수소를 이용해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조명들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낮과 밤을 안내한다.

특히 태양광을 십분 활용한 전시관들과 시스템들은 재생에너지가 어떻게 미래 도시의 ‘공기’가 될 수 있는지 실감케했다.

두바이월드엑스포 사우디아라비아관. 두바이엑스포 홈페이지 제공.

두바이월드엑스포 사우디아라비아관. 두바이엑스포 홈페이지 제공.

전체 참가국 전시관 중 두번째로 규모가 큰 사우디아라비아관은 푸른빛의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모습으로 위용을 뽐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206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 0에 도달하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2배로 늘렸다. 사우디아라비아관은 미국 녹색건축위원회의 녹색건물인증제도 ‘LEED’ 중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는 등 엑스포 내 대표 친환경 전시관 중 하나로도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관이 거대한 규모를 내세웠다면 네덜란드관과 싱가포르관은 도시와 자연의 조화,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친환경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두바이월드엑스포 네덜란드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네덜란드관. 노정연 기자

네덜란드관은 물과 에너지, 음식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수직농장을 전시관 안에 들였다. 3000종의 식용 식물로 덮인 원뿔모양의 수직농장은 전시관 지붕 위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되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자란다.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만드는 ‘레인메이커’ 방식을 적용했다.

두바이월드엑스포 싱가포르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싱가포르관. 노정연 기자

전시관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싱가포르관은 보는 것만으로 열대우림에 와 있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싱가포르관 역시 태양광 발전 등으로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했다. 태양광 전기를 이용해 관을 가득채운 식물들을 키우고, 환경 조건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도 줄였다. 인구밀도가 높은 싱가포르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없애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의 답을 찾은 듯 했다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대표 국가인 독일은 대학캠퍼스 콘셉트로 전시관을 꾸몄다. 관람객들은 학생이 되어 입장할 때 이름표를 받고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졸업’을 한다. 친환경에너지, 스마트시티, 생물다양성 등 도시의 미래상을 꼼꼼하게 전하면서도 노란색 공이 가득한 볼풀, 그네 등 놀이를 접목한 전시 체험으로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두바이월드엑스포 독일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독일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독일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독일관. 노정연 기자

이탈리아관은 폐플라스틱 등을 모아 이은 길이 70㎞의 줄로 천장과 바닥을 연결해 전시관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높이 5m의 다비드상이 단연 인기다. 원본을 40시간 동안 정밀 스캔한 뒤 작은 흠집 하나까지 잡아내 만들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다비드상의 허리 위 상체만 볼 수 있다. 나체 공개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 정서 때문에 하체는 가렸다.

두바이월드엑스포 이탈리아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이탈리아관. 노정연 기자

이탈리아관에 설치된 3D 다비드 상. 노정연 기자

이탈리아관에 설치된 3D 다비드 상. 노정연 기자

■‘오징어게임’ ‘K팝 비보잉’ 인기…‘핫플’된 한국관

참가국 중 5번째로 큰 한국관은 모빌리티(이동성) 구역에 연면적 약 5212㎡,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설계됐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건 전시관 외벽을 뒤덮은 ‘스핀큐브’다. 1579개의 큐브에 달린 LED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멀리있는 관광객들의 눈길까지 붙잡는다. 한국관을 설계한 문훈 무유기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은 회전한다는 콘셉트를 스킨큐브를 비롯한 설계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태극문양 등 다양한 색과 조명, 메시지로 변화하는 스핀큐브는 특히 해가 진 뒤 더욱 화려해지며 한층 역동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두바이월드엑스포 한국관.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한국관. 노정연 기자

입구를 통해 실내로 들어가는 다른 국가관들과는 달리 전시관 중앙 널찍한 ‘마당’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공간이 개방되어 있는 점도 독특하다. 한쪽 벽 전체가 뻥 뚫린 구조덕에 40도를 육박하는 기온에도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냉방장치가 없다. 자연풍으로 냉방을 하는 셈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을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구현했다.

‘마당’에선 하루에 10회 비보잉과 케이팝을 접목한 공연을 진행하는데,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모바일 컬럼(기둥)을 활용해 모빌리티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한국적 ‘흥’을 선보인다. 밴드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와 BTS(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등으로 이뤄지는 한국관의 상설 공연은 입소문이 났다.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한 BTS의 세계적인 히트곡 ‘다이너마이트’가 흘러나오면 객석의 관객들은 물론 전시관 밖을 지나던 관람객들도 모여들었다.

관람객들은 회오리 모양의 철제 복도를 따라 이동하며 엑스포 행사장 전체를 조망하는 동시에, 드론,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모바일 디바이스 화면에 구현되는 증강현실(AR)로 만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한국 문화 소개 영상을 누워서 감상하는 ‘버티컬 시네마’는 무더위 속 달콤한 ‘꿀휴식’을 선사한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누워서 한국 소개 영상을 감상하는‘버티컬 시네마’. 노정연 기자

누워서 한국 소개 영상을 감상하는‘버티컬 시네마’. 노정연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두바이에서도 높았다. 최근 한국관에서는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 한국의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관은 지난 1일 개관 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10만명 가까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에는 9000명이 방문하며 하루 방문객 기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내년 1월16일 ‘한국의날’에는 케이팝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며 엑스포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한국은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등과 경쟁중이다.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월드엑스포 등 ‘세계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부산엑스포는 유치에 성공하면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주제로 부산 북항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 극복 시험대 오른 두바이, 확진자 200명대 아래로 줄여

이번 두바이엑스포는 무관중으로 진행된 도쿄올림픽을 제외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코로나로 인해 1년이 연기된만큼 UAE 당국은 방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인구 900만명가량인 UAE는 1차 백신을 접종받은 시민이 90%를 넘었고. 2차 접종 완료율도 82.5%에 이른다. 그 결과 지난 7월 하루 7000명까지 치솟았던 확진자 수는 엑스포가 시작된 이번달 들어 하루 200명 아래로 떨어졌다.

두바이월드엑스포. 노정연 기자

두바이월드엑스포. 노정연 기자

확진자 수가 급감하자 UAE 정부는 지난 6일 코로나 극복’을 선언하고 ‘위드코로나’ 단계로 들어갔다. 학교 대면수업을 재개하고 일부 장소에선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는 등 일상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출발일 기준 72시간 내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는 영문 확인서만 있으면 별도의 격리없이 입국해 여행 수 있다.

엑스포 전시장 역시 코로나 상황을 실감하기 힘들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단 입장은 까다롭다. 18세 이상의 모든 사람은 백신접종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마스크 착용과 2m 거리 두기도 권장되고 있다.

UAE는 이번 행사를 위해 70억 달러(약 8조원) 넘게 투자했다. 두바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6개월간 두바이에 전 세계 25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이를 통해 33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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