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준 하림, 49억 과징금읽음

박상영 기자

김홍국 회장, 장남에 ‘올품’ 증여

이후 계열사 8곳 동원 이익 몰아줘

관여 증거 못 찾아 총수 고발 면해

하림 측 “소명에도 과도한 제재”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림그룹 계열사들의 총수 아들 회사 부당지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림그룹 계열사들의 총수 아들 회사 부당지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준 하림에 49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의 팜스코, 선진, 포크랜드 등 8개사와 올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하림은 2010년 그룹 차원에서 김홍국 회장에서 장남인 김준영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법인을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승계 첫 단계로 김 회장은 올품 지분 100%를 장남 김씨에게 증여했다.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고리가 되면서 하림그룹은 올품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했던 올품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는 2012년쯤부터 동물약품 전체 시장에서 40%가 넘는 양돈용 동물약품에도 진출했다. 사업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회사에 불과했던 한국인베스트먼트를 지원하기 위해 하림은 계열 농장들이 동물약품을 각자 구매하는 방식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구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통합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계열 농장들에는 높은 가격이 청구됐다.

올품은 대리점의 적극적인 자사 제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계열농장에 동물약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판매마진을 많이 주는 ‘충성 리베이트’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계열 사료회사는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구매하면서 올품에 통행세를 내기도 했다.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계열사는 사료첨가제를 직접 구매했지만 2012년 초부터는 올품이 통합 구매창구가 됐다. 구매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이 없는 올품이 거래 단계에 추가될 경우 시장상황 파악이 늦어지고 단가경쟁에도 뒤처질 수 있다며 계열 사료회사는 반대의견을 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약품과 사료첨가제 구매, 주식저가 매각 등을 통해 올품이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중심으로 소유 집중 현상이 벌어진 동시에 경쟁 제조사 제품의 대리점 유통을 어렵게 하고 대리점들이 자사 제품만 거래하도록 하는 봉쇄효과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총수가 고발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고가 매입이나 과다한 중간 마진 지급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직접적인 증거까지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림 측은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아쉽다”면서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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