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유세,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쓰지 말아야"

박상영 기자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 /김기남 기자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 /김기남 기자

민간이 보유중인 실제 부동산 가격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재정 확충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보유세 실효세율의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 수단으로 보유세를 활용하는 것은 역효과만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발전학회가 29일 공동으로 주최한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지표가 아닌 부동산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보유세 세 부담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고 말했다.2018년 기준, 민간이 보유한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0.17%)은 자산 통계를 제공하는 OECD 15개국 평균 세율(0.4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보유세 비중은 0.82%로 OECD 평균(1.08%)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민간 보유 부동산 시가총액이 GDP의 4.72배로 OECD 15개국(평균 3.67배)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한국은 호주 다음으로 GDP 대비 부동산 시가총액이 큰 국가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은 취득세를 합산하더라도 2015년 기준, 민간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부동산 평균 세율은(0.367%)은 OECD 10개국 평균(0.561%)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복지지출 증가에 대비한 재정 확충을 위해 보유세 부담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정책”이라면서 “경기상황에 따라 보유세를 시장안정화 수단으로 급조하는 정책당국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시장이 과열단계로 접어들면 세후 수익을 일부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투자수요를 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만든 조세개편 방안은 ‘정책효과가 낮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 투자수요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보유세는 자산가격 안정과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면서도 “주요국에 비해 자가주택 보유 비율이 낮고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 등 국내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보유세 강화는 출구전략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는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금 정책만으로 주택 부동산 문제를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급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수도권 지역은 최근 입주 물량이 적은 점을 고려해 신규 우량 주택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공급과잉인 지방에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 대출규제를 통해 주택 가격 상승세를 억누르는 방향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대출 총량 증가율이라는 결과값에만 집착하는 규제 방식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늘어난 대출 총량은 빚에 의존하는 투자를 제어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며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금, 신용대출 등을 총동원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비율(LTV)규제는 우회한 갭 투자 관행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총량 규제를 밀어붙여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댐의 붕괴로 물에 잠기게 된 나이지리아 테니스 경기에서 벡타스에게 공을 던지는 폴란드의 프레흐 회담 위해 도착한 핀란드 대통령을 환영하는 폴란드 대통령 파리 올림픽 이후 해체되는 에펠탑 스타디움
딜리의 학교에서 교황의 방문을 기다리는 사람들 뉴스 대선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트럼프와 해리스
건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브라질 국립공원 태풍 야기로 물에 잠긴 베트남의 사람들
회의 위해 딜리 대성당에 도착하며 환영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고온 건조한 날씨와 산불로 연기가 치솟는 캘리포니아 중국 연구소 개관식과 회의에 참석하는 스페인 총리 모로코의 홍수로 폐허가 된 도시에 서 있는 사람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