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노트

소풍벤처스가 신생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에 투자한 이유읽음

이유진 기자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왼쪽)와 투자 심사역 이학종 소풍 벤처스 파트너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위미트의 식물성 치킨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왼쪽)와 투자 심사역 이학종 소풍 벤처스 파트너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위미트의 식물성 치킨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기후위기와 싸우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의 식량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배우이자 기후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지난 9월 ‘대체육’ 스타트업 2곳에 투자하며 이같이 말했다. 증가하는 육식 소비가 공장식 축산을 확대하고, 이러한 육류 생산 방식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학계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의 식탁이 기후위기 가속화의 사슬을 끊어낼 가장 가까운 고리이기도 한 셈이다.

새송이버섯을 재료로 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 ‘위미트’ 안현석 대표는 ‘식탁 위의 변화’를 위해 손수 창업에 나선 사례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안 대표와 투자 심사역을 맡은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를 만났다. 4년째 채식을 실천 중인 안 대표는 “육식 위주의 음식 문화를 바꿔보기 위해 지난 4월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위미트라는 이름엔 ‘우리(we)’에 영문 ‘고기(meat)’와 발음이 같은 ‘미트(meet)’를 더해 ‘고기 없이도 고기를 만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위미트는 지난 8월 대체육 ‘프라이드 치킨’을 출시했다. 치킨을 ‘치느님’으로 섬기는 한국에서 닭고기 없는 프라이드 치킨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는 치킨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치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나라”라며 “그런 치킨이 닭고기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사람들도 채식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것으로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위미트는 자체 기술로 새송이버섯을 활용해 개발한 ‘프라이드 치킨’을 판매 중이다. 위미트 제공

위미트는 자체 기술로 새송이버섯을 활용해 개발한 ‘프라이드 치킨’을 판매 중이다. 위미트 제공

위미트의 강점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료육을 사용하는 데 있다. 고수분대체육(HMMA)을 직접 생산해, 일명 ‘콩고기’로 불리는 조직식물단백질(TVP)의 식감과 특유의 냄새를 개선했다. “채식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을 뿐”이라는 안 대표의 고집이 만들어낸 성과로, 위미트는 B2B(기업 대 기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 중이다.

위미트의 성장 배경엔 기업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챈 ‘소풍벤처스’의 지원이 있다. 2008년 설립된 소풍벤처스는 국내 첫 임팩트 투자사(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사)로, 설립 3개월의 신생 스타트업이던 위미트에 ‘시드 투자’를 결정했다. 이학종 파트너는 위미트의 담당 파트너로 투자 심사부터 지금까지 기업의 성장을 도운 인물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초기창업팀을 발굴해 투자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의 그의 주 업무다.

이 파트너는 위미트의 ‘대중성’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대체육이 화두가 된 건 2년 정도 됐지만, 대중성을 선점한 기업은 없다고 봤어요.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은 성장 가능성이 큰 데 반해, 맛과 식감에서 환영받지 못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위미트의 제안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시식을 해보고 다들 ‘진짜 고기같다’는 말을 했거든요. 기존 대체육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선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어요.”

[스타트업 노트]소풍벤처스가 신생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에 투자한 이유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2030년을 기점으로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하게 되며, 2040년에는 동물 세포 배양육이 35%, 식물성 기반 대체육이 2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비건 시장은 초입 단계이지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02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4.3% 성장했다. 한국채식협회가 추산한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150만명으로, 2008년과 비교해 10배 증가했다.

위미트는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게 이 파트너의 설명이다. “임팩트 투자에선 사회적 가치 지향과 재무적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방향성 합의가 중요해요. 위미트는 방향성 합의 측면에선 고민할 필요가 없는 회사였어요. 사람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문화를 바꾸려고 한다는 대표님의 생각에도 동의가 됐고요.”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왼쪽)와 투자심사역을 맡은 이학종 소풍 벤처스 파트너는 ‘졸업’의 순간까지 동행하는 사이다. 이 파트너는 “좀 더 선도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팀들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왼쪽)와 투자심사역을 맡은 이학종 소풍 벤처스 파트너는 ‘졸업’의 순간까지 동행하는 사이다. 이 파트너는 “좀 더 선도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팀들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스타트업과 초기 투자사의 동행은 ‘졸업’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이 파트너는 졸업을 “스타트업이 시리즈A 단계가 넘는 투자를 유치해 성장한 때”라고 설명했다. “그 단계를 넘으면 사실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요. 어느 순간이 되면 대표님들이 훨씬 큰 사람이 되어 있거든요. 심사역으로써 그런 시점에 졸업을 시켜드리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아요.”

소셜 벤처 창업 이력이 있는 이 파트너는 “투자업계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왜 지금 와서 임팩트 투자든 ESG 투자든 더 부각이 될까.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변하고, 투자자가 변해서인 것 같아요. 해외에선 임팩트 투자 개념이 2008년 무렵 시작됐는데, 한국은 10년 정도 뒤처졌거든요. ESG가 부각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한 지금이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렇기에 소풍에서는 내년부터 좀 더 선도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팀들을 찾아보려 해요.”

안 대표도 목표를 조심스럽게 꺼내보였다. “음식은 생존 수단인 동시에 삶의 즐거움이잖아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그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기 없이도 먹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를 돌려드리고 싶어요. 고기를 다시 만드는 게 아닌, 고기가 주는 문화를 다시 만드는 게 위미트의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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