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탄소, 땅에 묻으면 끝?…이 기술, 탄소중립 ‘만능열쇠’일까

강연주 기자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하겠다는 정부…‘CCUS’의 허실

요즘 ‘탄소중립’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해당 기업들은 ‘CCUS’(탄소 포집, 이용 및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설명한다. 작업 중에 나오는 막대한 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묻어버리거나, 다른 작업에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치 게임에 나오는 ‘치트키’(만능열쇠)처럼 탄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한국 정부도 CCUS 기술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환경계는 이 기술의 경제성과 환경 문제를 들어 되레 걱정하고 있다. 과연 CCUS 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한 만능열쇠일까, 아니면 탄소중립 속도를 맞추는 데 급급한 미봉책에 불과할까.

■ ‘미완의 기술’에 달린 2050 탄소중립

이산화탄소 포집해 지층에 저장
유용한 물질 전환, 제품 생산 활용
국내선 대규모로 적용된 적 없어

CCUS는 발전소나 산업시설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저장(CCS·탄소 포집 및 저장)하는 기술과, 포집한 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해 제품 생산에 활용(CCU·탄소 포집 및 활용)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이 기술은 지난 10월18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주요하게 언급됐다. 정부는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A안’에서 탄소 5510만t을, 화력발전이 잔존하는 ‘B안’에서 탄소 8460만t을 CCUS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CCUS 기술 상용화에 2050 탄소중립 달성 여부가 달린 셈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까지 국내에 대규모로 적용된 적이 없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은 국내에 소·중 규모로 적용된 바가 있으나, 탄소를 ‘활용’하는 기술은 실증을 위한 연구개발단계 있다.

현재 정부는 다부처 국책과제로 ‘동해가스전 CCS 통합실증사업’을 선정, 추진하고 있다. 동해가스전은 내년 6월 생산이 중단되는데, 정부는 2025년부터 폐가스전 지하 공간에 총 1200만t(연간 40만t)의 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동해가스전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은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목표한 포집량보다 현저히 적다. 정부는 2023년까지 1억t급 대규모 저장소 부지를 국내에 우선 확보한 후 2030년까지 추가 저장소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환경단체는 왜 CCUS 기술 비판하나

“화석연료 발전 생명연장의 수단
안전성 제대로 실증된 사례 없고
지하수·토양에도 악영향 우려”
국제 환경단체는 기술 자체 비판

환경단체들은 실효성과 환경 문제를 들어 CCUS 기술을 비판한다. 지난 7월 500여개 국제 시민단체들은 미국·캐나다 정부에 CCS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CCS 기술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의 수명 연장 수단이나 신규 착공의 근거로 활용될 뿐, 온실가스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제공한 CCUS 기술 분석 자료에는 ‘기술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화석연료는 생산·정제·운반·연소 전 과정에 걸쳐 탄소를 배출하는데, CCUS 기술로 포집·활용할 수 있는 탄소는 사실상 ‘전체 배출량의 일부’에 불과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해당 자료에서 “대규모 CCS 사업이 안정적으로 실증된 사례도 없다”며 “그런데도 CCS의 성공을 전제로 대규모 자원 개발사업을 진행하면 역으로 탄소가 대량 배출될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실례로 미국 ‘셰브론’사가 호주 서부 고르곤 가스전에서 진행한 초대형 CCS 프로젝트를 들었다. 이 사업은 지층 압력 문제 등으로 현재까지 연간 목표량(400만t)의 ‘3분의 1’ 수준인 130만t의 탄소만 포집·저장하고 있다. 이 가스전에서 LNG 1560만t을 생산·정제할 때 약 830만t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고려하면 셰브론이 목표한 400만t도, 실제 포집한 130만t도 투입한 예산 대비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셰브론이 대규모 CCS 설비를 도입하는 데 들인 비용만 약 3조4000억원이다.

CCUS 사업의 낮은 경제성도 도마에 오른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CCUS 사업을 추진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기술 불확실성도 높아 사업 리스크가 크다”며 “화력발전을 CCUS로 유지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도 피해가지 못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0월1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는 ‘CCUS 설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농도 이산화탄소가 지하수와 토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땅에 고압의 탄소를 주입하면서 지진 활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언급됐다. 탄소 저장소, 운송 파이프라인이 지속적으로 높은 지하 압력을 받으면 탄소 누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 정부 “CCUS는 탄소중립 위한 가교”

CCUS 기술의 상용화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성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일부 인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CCUS 설비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취약하다”면서도 “국제 탄소 규제 정책과 한국 정부의 탄소 감축 인센티브 정책을 고려하면, CCUS 기술의 경제성은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CCUS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하는 기술”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CCUS가 탄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CCUS 설비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면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CCUS의 경제성과 안전성 확보 방안을 담은 법안 초안을 마련해 입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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