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초비상’ 대응나선 정부···업계는 실효성 ‘갸우뚱’

노정연 기자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물류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물류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에 불어닥친 ‘요소수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업계 매점매석 행위를 강력 차단하기로 했다. 심각한 요소수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업계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환경부의 기술 검토를 마치는 대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산업부는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업계 등 요소수를 사용하는 주요 업계의 산업용 요소수 재고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시 산업 분야 대기 배출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도 환경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긴급 차단 조치에 나섰다.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다음 주 중 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시장에서 요소수 물량이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일부 판매자들이 요소수를 사재기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통상 10ℓ에 1만원 안팎을 오가던 요소수 가격은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환경부와 지방환경청에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환경부·공정위·국세청·관세청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을 가동해 매점매석 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대체로 차량용 요소수는 산업용보다 고품질이라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사용할 경우 불량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화물차 운전기사는 “엔진이 한번 고장을 일으키면 1000만원 가까이 비용이 들기 때문에 평소에도 고품질의 요소수를 써왔다”며 “산업용 요소수를 전환해 투입했을때 문제가 없을지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산업용 요소수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불만도 나온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공업용 요소수가 필요한데 이걸 차량용으로 전환하면 한정된 요소수를 나누는데 그칠 수 있다”며 “재고분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4일 광주 광산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4일 광주 광산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중국산 수입 비중 97%, 수입선 다변화해야

국내에 불어닥친 요소수 품귀현상은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촉발됐다. 요소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다. 국내 사용되는 요소수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중국이 석탄가격 상승, 전력난 등을 이유로 지난달 15일부터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며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중국의 수출 제한이 지속되면 국내기업들이 보유한 요소 재고량이 이달 말쯤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물차가 운행에 어려움을 겪으며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11월과 12월은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시기라 위기감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가운데 60%인 200만대 정도는 SCR(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이 장착돼 요소수가 필요하다. 사태가 장기화 돼 지게차, 포크레인, 레미콘, 소방차 등 특수차량 운행에도 영향 미칠 경우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가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분산을 위해 요소수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8%에서 올해 9월 기준 97%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산업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해외공관과 코트라 무역관, 수입협회 등을 통해 제3국 공급처를 발굴하기로 했다. 해외업체 공급 가능여부 확인 시 조달청과 긴급수의계약을 통해 정부구매 또는 민간구매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와함께 요소 수입업계의 수입계약 현황과 구체적인 지연사유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고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중국에 신속한 수출검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국내 생산 등 자급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중국, 러시아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비상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공급망 구축과 위기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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