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발 인플레 압력, 한국 경제 덮쳐 온다

이윤주 기자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 전반 끌어올려…미·중, 10월 역대급 상승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도…미국 조기 금리 인상 땐 한국도 ‘충격파’

G2발 인플레 압력, 한국 경제 덮쳐 온다

미국과 중국의 물가지표가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주요 2개국(G2)발 인플레이션이 포스트 코로나 악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역 규모 1위국인 중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고 미국이 조기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1일 미국 노동부 발표를 보면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12월 이후 약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4.6%)도 1991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5%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12.4%를 웃돈 것으로 1996년 이후 25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앞서 한국도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를 기록해 10년 만에 3%대 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중의 물가 급등세는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미국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10월 4.8%로 전월(2.8%) 대비 2배에 가까웠다. 중국의 경우 석탄 채굴(103.7%), 석유·천연가스 채굴(59.7%), 석유·석탄 등 연료 가공(53.0%), 화학 원료(31.5%)를 비롯한 원자재값이 폭등세를 보였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석탄,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급이 병목현상으로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된 데다, 탄소중립이나 공급망 재편 같은 구조적 변화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서비스 업종 역시 수요에 맞추지 못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각국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도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물가 상승과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도 크다.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을 택한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진단까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경기가 그나마 중국의 경기를 지지해주고 있을 뿐 ‘헝다’발 부동산 경기 급랭, 수요 부족 등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면서 “물가가 높기 때문에 적극적 부양책을 펴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의 정점이 예상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연말 소비 시즌, 난방 에너지 수요 등이 몰리면서 연말 물가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공급 병목, 반도체 부족 현상 등이 점차 해결되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로는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실물경제뿐 아니라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4분기 6%대 중반까지 고점을 높이고, 내년 1분기 상승률도 6%대 초반 정도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을 두고 논쟁이 더 가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Today`s HOT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