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안정화 없이는 가계부채 조정 없다”

유희곤 기자

보험연구원 ‘주요국 가계부채 조정 사례’ 보고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영·남유럽국 충격에 일관된 흐름 있어
금리 인상·물가상승세에 “연착륙하려면 주택정책과 공조 필수”

주택가격 하락 없이는 가계부채 조정도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주택정책과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국토교통부 역시 가계부채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주요국 가계부채 조정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국가들과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처럼 가계부채 조정을 경험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주택가격이 먼저 하락하고,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시작되는 흐름을 보였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미국, 영국, 아일랜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각각 143.7%, 166.8%, 231.6%에서 2019년 104.1%, 141.7%, 130.7%로 낮아졌다. 스페인, 포르투갈도 같은 기간 149.2%에서 105.3%, 150.6%에서 122.5%로 각각 낮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주택가격 거품 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자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1%에서 5.25%까지 높였다. 이후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국채(10년물) 금리가 2009년 4%대 수준에서 2012년 최대 30%(그리스)까지 높아지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가계부채 조정도 시작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례를 볼 때 주택가격 조정 없이는 가계부채 조정도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돼야 가계부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차주의 상환능력에 초점을 둔 미시건전성 규제가 도입되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어느 정도 둔화시켰음에도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가계부채도 증가세가 확대된 것은 저금리 영향도 있지만 주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하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같은 조치가 금융 불안 등으로 확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규제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2019년 현재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190.6%로 주요국 중 매우 높은 편이지만 그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비교적 엄격하게 시행돼 금리 상승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최근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금리 인상 속도 역시 가속화할 경우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택가격 하락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나, 가계대출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뿐 아니라 국토부 역시 가계부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면서 “건전성 규제, 통화정책, 주택정책 등을 모두 포함한 종합적 시각에서 정책 간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