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향 ‘청년 니트’ 사상 최대…10명 중 1명 구직 포기, 여성 많아

박상영 기자

작년 14만여명 늘어 172만명

길게 쉬면 취업 어렵고 저임금

“좋은 일자리, 정책 노력 필요”

지난해 코로나19 경제 충격 속에 일하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니트족’(NEET) 청년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 10명 중에 1명은 구직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과 달리 올해에는 ‘쉬는 청년’의 증가폭이 더 커져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일자리를 구해도 임금 수준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청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1일 한국노동패널 논문집에 실린 ‘코로나19 충격이 청년 니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보면 2020년 미혼 청년(15~34세) 중 따로 일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고 가사노동도 하지 않는 니트 규모는 172만3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157만8000명)에 비해 14만5000명 증가한 수치다.

니트 청년의 증가세는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청년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128만2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6만6000명 늘어났다. 2016~2019년 연평균 4만600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약 4배나 많은 규모로, 비구직 니트가 청년 인구(1302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10.5%)도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성별로 보면 여성(15.2%)이 남성(14.7%)을 웃돌았다.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여성 비구직 니트(36.3%)의 증가 속도가 남성(27.5%)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

연령별로는 25~29세와 30~34세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는 25~29세에서 비구직 니트 증가율 (24.8%)이 가장 높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15~19세를 제외하면 노동시장에 진입한 지 오래되지 않은 30~34세(13.4%)의 증가율이 뒤를 이었다.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21.5%)이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이들은 주로 취업 준비(45.0%)나 쉬고 있다(45.5%)고 답했다. 논문 저자인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비구직 니트는 학교나 학원 등에 다니지 않으면서 취업 준비를 하다가 쉬었다가 하는 상태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도 찾지 않고 쉬게 되면 이후 취업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25~34세)의 22년간의 노동활동 분석 결과, 취업자 비율은 평균 43.4%로 쉬지 않고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을 했던 비경험자(74.0%)에 비해 30.6%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같은 차이는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벌어졌다. 1998년과 1999년 두 해 연속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의 경우에는 이후, 21년간 평균 취업자 비율이 27.5%로 비경험자(72.4%)에 비해 44.9%포인트나 낮았다.

취업을 하더라도 저임금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1998년 당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던 청년은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 비해 임금이 평균 17.4%포인트 낮았다. 1998~1999년 두 해 연속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은 임금 격차가 평균 38.0%포인트나 확대됐다. 구직활동을 하지 못한 기간이 두 배로 늘었다면 이후 20년 동안 평균 임금 손실도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평소라면 청년기의 니트 경험이 일시적인 충격일 수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이 큰 충격에서는 항구적인 상처로 남게 될 수도 있다”며 “청년 니트의 규모가 변하고 이들의 특성까지 바꾼다면 경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견조한 고용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이미 8월까지 청년 니트 규모는 118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에는 177만3000명으로 지난해 규모를 웃돌게 된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비구직 니트를 일시적으로 경험했더라도 더 이상 그러한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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