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딸기는 어떻게 마트로 왔을까…로컬MD 출장길 따라가보니읽음

김은성 기자
경상남도 진주의 딸기 비닐하우스 농장. 롯데마트 제공

경상남도 진주의 딸기 비닐하우스 농장. 롯데마트 제공

경상남도 진주의 한 딸기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달달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스며들었다. 꽃을 옮겨다니는 벌들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며 딸기들은 알알이 빨간 윤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 26일 만난 딸기 농장주 김윤정씨(55)는 경남에서 가장 질 좋은 딸기를 만드는 게 꿈이다. 경남 진주는 국내 딸기 최대 수출산지다. 겨울딸기는 대부분 진주와 산청 등에서 출하가 시작된다. 김씨가 꿈을 위해 ‘깐부’(한팀이나 동지를 뜻하는 속어)로 찍은 사람이 있다. 김태현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 로컬MD(44·Merchandiser·상품기획자)다.

“사람은 헐렁한데, 품질에 대해선 굉장히 까다롭더라고요. 예민한 내 자식들(딸기)을 제대로 인정받게 만들어 줄 것 같아 믿음이 갔어요.” 과거 다른 판로를 통해 딸기를 납품했던 김씨는 딸기가 매장에서 망가진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여러 유통 단계에서 짓물러버려 선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새 판로를 찾던 중 김MD를 만나 이달 초 첫 납품을 시작했고 완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딴 딸기는 중간 유통 과정 없이 다음날 진주 지역 롯데마트에서 판매된다. 김 MD는 “신선식품을 사는 소비자들은 ‘매의 눈’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식품에 대한 지식도 많고 깐깐한데, 그런 소비자들에게 좋은 피드백이 오고 있어 설레고 긴장된다”고 했다.

로컬MD는 지역 내 우수 농가를 발굴하는 신선식품 전문인력이다, 롯데마트는 2014년부터 생산자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로컬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장거리 배송과 유통 과정 간소화를 통해 반경 50㎞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로컬푸드다. 그리고 소비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판로(롯데마트), 지역과 본사를 이어주는 사람이 김MD다.

16만㎞. 김MD가 지난 2년 동안 차로 달린 거리다. 김MD는 경남지역 롯데마트에서 17년간 농산물 매장 관리를 한 뒤 2019년부터 경상도를 누비고 있다. 로컬MD의 첫 업무는 지역에서 나오는 신선식품 중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거나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있는 품목을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 농가에서 문전박대 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도 미리 해둬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30군데 가량 돌다보면 얘기를 해볼 만한 곳이 한 곳 정도 나와요. 지속가능한 협업을 위해 농장주의 철학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온라인이 발달해도 지역에 숨은 농가까지는 찾아주지 못한다. 그는 “발품을 많이 파는 만큼 신선식품의 질과 매출이 비례한다”고 했다. 헛걸음을 할때도 많지만, 신품종에 대한 소문과 농가의 고민, 작황상태 등 현장에 가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애기가 있어 가고 또 간다. 덕분에 사무실도 밥먹는 시간도 따로 없다. 차안이 전산작업을 하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행하는 과일 트렌드를 확인하는 사무실이 되고, 끼니를 때우는 식당이 된다.

김태현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 로컬MD가 딸기 농장의 수확을 돕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김태현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 로컬MD가 딸기 농장의 수확을 돕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명절 같은 대목에는 ‘전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대부분의 MD가 그렇듯 대목에는 하루 150통 가랑의 전화를 받는다”며 “농가와 지역마트, 본사 등에서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해 발주를 추가로 넣거나 빼고, 포장 등을 바꾼다”고 했다. 농가 발굴 외에도 산지 관리 기준과 체계를 만들고 동일한 품질의 상품화 작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대농보다는 소농의 경우 판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우수한 소농의 상품을 발굴해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때 가장 좋아요. 생산자도 저도, 마트도 함께 성장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김MD는 올해 겨울딸기 시세가 지난해 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딸기 알이 평년보다 작고, 뿌리가 썩고 잎이 마르는 시들음병마저 돌았다. ‘뭐(M)든지 다(D)한다’는 MD도 날씨는 어찌할 수가 없다. 김MD는 “전국구 과일을 대체하거나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 날씨 변수에 따른 여러 방안의 ‘플랜B’를 항상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고민 끝에 한 농가와 개발한 ‘흰 딸기’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데 반해 농장주들은 이상기후로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대추방울토마토를 진주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권명용씨(62)는 요즘 날씨 때문에 엑셀을 공부한다. 권씨는 “나중에 데이터로 쓸 수 있도록 날씨 변동에 따른 작황 상황을 엑셀로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김MD는 “신선식품은 식품이 가장 신선하고 맛있을 때 소비자와 이어주는 로컬에서 시작된다”며 “권씨처럼 진심을 다해 만든 정직한 식품들을 더 많이 발굴해 소비자들과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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