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이게 다 미래 먹거리

노정연 기자
폐플라스틱, 이게 다 미래 먹거리

탄소중립 정책으로 ‘새 시장’ 부상
기업들, 기름 추출 등 개발 나서
유가 영향 압축 페트값 최대 58%↑
2026년 시장규모 125억달러 전망

막대한 배출량, 썩지 않는 특성 등으로 인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폐플라스틱이 탄소중립 시대 새로운 미래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환경규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바람을 타고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다. 석유화학업계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자원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친환경 바람’ 몸값 높아진 폐플라스틱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소비가 확산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아큐먼 리서치 앤드 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8년 68억달러(약 8조원)에서 2026년 125억달러(약 15조원) 수준으로 두 배가량 몸집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폐플라스틱 가격도 급등세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압축 페트(PET) 가격은 ㎏당 331원으로 1년 전(209원)보다 58.4% 상승했다. 페트와 함께 대표적인 플라스틱 재생원료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의 플레이크(잘게 부순 형태) 가격도 각각 561원, 509원으로 올랐다. 1년 전보다 20% 넘게 인상된 가격이다.

폐플라스틱 가격은 국제유가와 품목별 수급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최근 기업들의 폐플라스틱 수요가 늘며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점점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면서 의류, 화장품 용기, 포장재 등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 생산이 증가한 데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재생 소재를 쓰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원재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의 몸값이 훌쩍 뛴 것이다. 정부의 강화된 탈플라스틱 정책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환경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감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분리배출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이게 다 미래 먹거리

■ 재활용 기술 경쟁 뛰어든 석유화학업계

기업들은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화학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관련 기업들과 속속 협약을 맺는 등 투자가 활발하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9월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꾸고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5년까지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연간 90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설비 능력을 확보할 방침으로 이를 위해 약 5조원을 투자한다. 2027년까지는 SK지오센트릭의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100%에 해당하는 연 250만t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C는 버려진 비닐 등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일본 벤처기업 간쿄에네르기(환경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울산공장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파일럿 설비를 짓고 있다. 2023년까지 상업화 설비를 구축해 연간 5만t 이상의 폐플라스틱으로 3만5000t 이상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SKC는 우선 열분해유로 보일러 연료를 생산하다가 불순물 제거 수준을 차츰 높여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썩는 플라스틱’ 원료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LG화학의 발효 생산 역량과 GS칼텍스의 공정설비 기술력을 합쳐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3HP(하이드록시피온산)’ 양산 및 사업화를 추진한다. LG화학이 개발한 3HP는 자연분해까지 100년 가까이 걸리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일정 조건에서 미생물 등에 의해 수개월 내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생분해성 플라스틱뿐 아니라 기저귀에 적용되는 고흡수성수지(SAP)와 도료, 점·접착제, 코팅제,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의 원료로도 쓸 수 있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재생 폴리에틸렌(PCR-PE) 포장백을 자체 개발해 자사 제품 포장에 활용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폐폴리스티렌을 열분해해 얻은 재활용 스티렌으로 주력제품인 고성능 합성 고무를 만들어 국내외 타이어 제조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 성장성 높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그동안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환경경영이 필수로 떠오르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투자가 확대되며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가공하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에서, 완전히 분해해 원재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업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원자재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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