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안쓰고 남은 돈 '39조원’…코로나19 피해 전보다 더 늘어

윤지원 기자
9월1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 식당가 모습. 이 기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실내 매장에서는 좌석 운영이 금지되며, 포장판매만 가능했다. | 김기남 기자

9월1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 식당가 모습. 이 기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실내 매장에서는 좌석 운영이 금지되며, 포장판매만 가능했다. | 김기남 기자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제때 쓰지 않고 남겨둔 돈이 전년보다 4000억원이 더 늘어 3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피해를 돕기위한 적극적 재정 지출이 필요한 때였지만 지방정부 곳간에 잠긴 돈이 더 늘어난 것이다.

1일 나라살림연구소가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지방재정은 세입 474조원, 세출 408조6000억원으로 총 결산 잉여금은 65조4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다음 연도에 집행이 자유로운 ‘순세계잉여금’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31조7000억)보다 4000억원이 더 늘어난 3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자체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세입 일부를 적립해두는 재정안정화기금(7조6000억원)까지 모두 합치면 여유재원이 39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올해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으로 끌어모은 액수(43조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세출 대비 여유재원 비율 기준 이천시(62.3%)와 과천시(57.6%)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잉여금을 남겼다. 예산이 1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곳간에 남겨둔 돈이 6000만원쯤 된다는 얘기다. 재정자립도가 10%를 밑도는 인천동구, 경남거창군도 각각 38%, 36.9%로 여유재원 비율이 높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균형 재정 원칙을 어기고 과도한 여유재원을 축적했다”고 지적했다.

여윳돈 대부분은 쓰기로 했던 자금을 안 쓴 데서 비롯됐다. 순세계잉여금의 64%(20조5000억원)가 세출에 잡아놓고 집행하지 않고 남은 돈이었다. 보조금을 정산하고 남은 돈이 1조8000억원, 예비비 7조4000억원, 기타 지출잔액이 11조4000억원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관례적으로 예산을 잡아놓고 쓰지 않거나, 내년으로 이월하는 사업 등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본예산 때 예측 세입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는 고질적 문제도 반복됐다. 2020년 세입예산은 345조원인데 결산 때 확인한 실제 거둔 세입은 474조원이었다. 예측보다 129조원 세금이 더 걷힌 것으로 오차율은 37.4%에 달한다. 오차율은 2018년 27.2%, 2019년 29.9%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19로 추경이 있던 지난해 크게 늘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민간에서 조달한 세입 중 일부만 지출해 과다한 잉여금을 축적하면 그만큼 민간 재원이 부족해져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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