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실트론 지분 29.4% 매입 ‘사익편취 의혹’ 쟁점은?

박상영 기자

SK(주) “경영상 합리적 판단”

경제개혁연대 “이익 예상”

15일 공정위 전원회의서 판가름

심의 과정 치열한 법리논쟁 예상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이 사익편취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발 여부가 이달 15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판가름 난다. 공정위 제재가 이뤄진다면 회사가 그룹 총수의 이익을 위해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에 대한 사실상 첫 번째 제재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열리는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한다. 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소명하는 건 이례적이다. 다만 최 회장 측은 심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했으며 공정위는 전원회의 중 일부만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건은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매입이 사업기회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으로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된다.

SK(주)는 2017년 1월 LG(주)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인수하고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중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가진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공개 입찰을 거쳐 같은 가격(1만2871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SK가 실트론 지분 51%를 취득한 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진 잔여 지분을 30%가량 할인된 가격에 취득할 수 있었는데도 19.6%만 가져간 것은 최 회장이 3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됐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이 사안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 조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그간 조사를 벌여왔다.

첫 번째 쟁점은 최 회장이 매입한 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29.4%를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SK 측은 “경영권 확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수 지분은 사업기회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당이 주요 수익원인 지주회사 특성상 SK(주) 입장에서 사업기회로 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SK(주)가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반도체산업 호황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실트론이 SK(주)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8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44.3%나 뛰었고 2019년에도 매출액은 14.6% 늘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막대한 이익을 실제 거뒀고 과거 판단 시점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업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법 여부를 가를 가장 큰 쟁점은 SK(주)가 실트론 주식 29.4%를 매입하지 않은 결정이 합리적 판단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에는 제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SK 측도 당시 지분 매입이 경영상의 합리적 판단이라고 적극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SK(주)는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라 잔여 지분을 취득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혀왔다. SK(주)는 2017년 4월 실트론 지분 19.6%를 보유한 KTB PE 지분을 주당 1만2871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활용했다.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주식을 구입한 뒤 투자자에게 정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인데 주로 직접 인수할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 이용된다. LG(주)로부터 지분 51%를 사들이면서 62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불한 탓에 추가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SK(주)는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해서는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사회를 열어 공식 논의를 거쳤더라도 그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이사회조차 열지 않은 점은 SK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쳐 4명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된 SK(주) 거버넌스위원회와 회사 안팎의 법률전문가들이 ‘사업기회가 아니고 이해상충이 없어 이사회 상정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은 이사회 소집 권한이 있는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며 “실트론 인수와 관련한 정보를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직무 수행 중 얻은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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