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지분 매입에 대해 사익편취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출석했다. 그룹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15일 오전 9시49분쯤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정부세종청사에 도착했다. 최 회장은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가 무엇이냐’, ‘사익 편취나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냐’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기업 총수가 입장을 밝히기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직접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이같은 선택을 두고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공정거래법 한 전문가는 “총수가 직접 출석을 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공정위 사건은 당시 정황이나 증언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보다 경쟁제한성 등이 주요 쟁점이어서 법률 대리인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매입 결정 배경이 핵심 쟁점인 만큼 직접 소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SK㈜가 실트론 지분 51%를 취득한 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진 잔여 지분을 30%가량 할인된 가격에 취득할 수 있었는데도 19.6%만 가져가면서 불거졌다. 이같은 판단이 최 회장이 3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이 사안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 조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그간 조사를 벌여왔다.
반면, SK측은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인수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고, SK㈜가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을 갖춘 70.6%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추가 지분 취득이 불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전원회의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돼 늦은 오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심의가 종료되면 위원들만 비공개로 모여 위법 여부, 조치 내용 등 의결 내용을 합의한다. 통상 심의 당일 의결 내용을 합의하지만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시간이 부족할 경우 별도 기일을 정해 합의를 이어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건은 판단의 문제인 만큼 위원들 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 이상 오늘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9명의 위원 중 4명이 제척·기피 사유로 빠지면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만 참석한다. 최소 의결 정족수가 5명이기 때문에 5명의 위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공정위가 지난해 부당지원 혐의를 받았던 한화 S&C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부담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